전라남도 유달산 자락에 바다를 굽어보며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 마을이 있다.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다순구미 마을'이다. 목포 시가지가 형성되기 전 어부들이 모여 살던 이곳은 개항 무렵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17일 밤 10시 25분 방송될 KBS2 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다순구미 마을에서의 사흘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거 다순구미 남자들은 뱃일을 하고, 아낙네들은 바다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생선을 운반했다. 바닷물이 빠지는 조금 때면 남편들이 모처럼 집에서 쉴 수 있었는데, 이때 아기를 갖는 집들이 많아 이 동네엔 유독 생일이 같은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 아이들을 일컬어 '조금 새끼'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바다를 떠난 사람이 많아져 빈집이 더 많아진 다순구미 마을이다. 골목을 뛰어놀던 '조금 새끼'들도 도시로 떠났고, 마을엔 노인들만 남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3대째 다순구미에서 살고 있다는 이성진(76) 할아버지는 낙지 통발을 만드는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할아버지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다순구미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죽심(87) 할머니도 젊은 시절 물동이로 물을 길어 나르며 7남매를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굽어버린 허리 때문에 외출조차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