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padding: 0 5px 0 0;"><a href=http://www.yes24.com/24/goods/4090327?CategoryNumber=001001017001007001&pid=10671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buy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span><a href=http://www.yes24.com/home/openinside/viewer0.asp?code=409032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pre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

2010년 8월은 일본의 한국병탄 100주년이지만, 동시에 일본의 패망 65주년이기도 하다. 이 8월에 번역 출간된 세 권의 책은 모두 2차 세계대전 패망과 그 후 일본에 관한 이야기다. 각각 독립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패망과 전후 일본 건설이라는 큰 주제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다.

'대일본제국 붕괴'는 특이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알리는 일본 천황의 소위 '옥음(玉音) 방송'을 기점으로 제국 일본은 붕괴 과정에 접어든다. 동시에 제국 일본의 일부로 편입됐던 피식민 민족들은 해방을 맞이하게 된다.

게티이미지

이 책은 '붕괴'와 '해방'이라는 상반된 두 개의 영상을 일본과 동아시아라는 하나의 화폭에 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국사(一國史)를 초월한 동아시아의 새로운 역사상"(p.269)을 모색한다.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포츠담선언 후 천황의 항복방송에 이르기까지 붕괴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지면을 항복방송 후 '해방'을 맞은 조선, 대만, 만주국, 남양군도와 사할린, 그리고 동아시아의 변화에 할애한다. 일본제국의 패망과 붕괴가 식민지의 해방을 가져왔고 탈식민화의 출발점이 됐지만, 한반도의 분단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이 진정한 독립과 완전한 민족공동체를 만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주장처럼 1945년 8월 15일의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국 헌법의 탄생'은 패전과 새로운 국민국가로 태어나기 전 사이의 과도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점령통치 하에서 일본의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상징천황제, 전쟁책임, 전쟁 방기를 명문화하고 있는 전후 헌법은 태평양전쟁의 승자인 미국이 '만들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존의 논의를 바탕에 깔면서도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초안을 놓고 일본 정부와 협의 과정, 점령 통치라는 제약 속에서 헌법 제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일본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 헌법연구회, 헌법문제조사위원회, 헌법보급회 같은 조직의 활동과 역할, 그리고 헌법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헌법제정의 전체상을 밝히기 위하여 저자는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공문서·일기·회고록 등 방대한 자료를 적절히 활용한다. 그는 당시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천황의 전범 문제와 전쟁 방기 조항을 한 쌍으로 이해하여 맥아더의 의도를 설명하면서(p.195), 이 둘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호헌론자이기도 한 저자는 전후 일본헌법을 만들어 낸 힘은 "국가 대 국가의, 승자 대 패자의 정치역학만은 아니었고" "인류의 여러 해에 걸친 자유 획득을 위한 노력의 성과"(p.351)라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개헌의 물꼬가 트인 오늘의 시점에서 본다면 그 '노력의 성과'가 지나온 63년만큼 커 보이지는 않는다.

앞의 두 책이 패전 직후의 일본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면, '쇼와사'는 전전과 전후를 관통하는 쇼와(昭和) 시대의 전 기간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메이지(明治), 다이쇼(大正), 쇼와, 헤이세이(平成)로 이어지는 일본근현대사에서 쇼와기는 64년이라는 긴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시기는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패망과 점령통치, 냉전, 세계 제2의 경제 대국건설 등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였다.

'전전편(戰前編)'은 장작림 폭살사건으로 시작해 태평양전쟁 패망으로 끝맺고 있다. 이 시기 일본의 침로(針路)를 망국으로 이끌고 간 크고 작은 사건들, 그 사건에 관여했던 인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쉽게, 하지만 사료에 근거하여 풀어가고 있다. 천황의 '옥음 방송'을 듣고, 당시 15세의 저자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 커다란 충격을 받아 망연자실했다"(II,p.14)는 솔직한 감정으로 시작하고 있는 전후편(戰後編)은 패전 후부터 쇼와 천황의 사망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편이 정치가 일본인들을 어떻게 강제적으로 움직이려고 했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후편은 어떻게 일본인들이 자주적으로 움직이려고 했는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러한 역사서술을 통해서 저자가 의도하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그의 표현을 인용하면, 쇼와사를 배워서 "일본인이 빠지기 쉬운 결점"을 깨치고, "과거 일본인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I, p.445~446). 그러나 2006년 출판 당시 76세였던 저자는 일본의 미래를 그리 밝게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미래의 일본이 또다시 무리하게 인간을 움직이려고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며 "불안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p.486)고 전망하고 있다.

세 권의 책은 모두 '역사의 교훈'과 '역사인식'을 중요시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비켜가고 있다. 1945년의 식민지 해방을 '꿈의 해방'이라고 설명하는 '대일본제국 붕괴'는 한반도 분단을 미소 갈등이나, 한국 내 분열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1950년의 한국전쟁을 수렁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를 회생시킨 '신풍(神風)'이라고 규정하는 '쇼와사' 또한 한반도 분단과 전쟁은 미·소간 반목의 결과로 간주한다. 마치 한국병탄과 식민지 지배라는 '원죄'와는 무관한 듯 서술한다. 어쩌면 이것이 한반도를 보는 일본 지식인의 공통 인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