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위기(IMF)로 뒤숭숭하던 1998년 연예계에 쇼킹한 사건이 터졌다. 미스코리아 출신 미녀탤런트 오현경의 이른바 '섹스비디오 파문'이었다. 그리고 2년 뒤 이번엔 살사 댄스 가수로 인기를 누리던 백지영의 '사생활 영상'이 노출됐다. 이를 계기로 연예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각종 'X파일'이 수면위에 떠올랐다. 이듬해 '탤런트 누드연기 교육'과 '연예인 X파일'로 이어졌고 다시 수년 뒤엔 가수 나훈아의 신체훼손설이 파문을 일으켰다. 연예가를 뒤흔든 충격의 사건들을 4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스타 99명 실명 담긴 사적 정보 유출 파문 |
K양은 운동선수 킬러로 유명 등 2005년 A4용지 112장 급속 확산 |
#1. K양은 운동선수를 좋아해 킬러로 유명. 평소 술버릇이 고약하고, 일단 술에 취하면 앞뒤를 안가리는 스타일. 하얏트 호텔에서 있었던 송년 패션쇼에 출연한 뒤 유명 축구선수와 룸으로 올라가는 것이 목격됨. 당시 그녀를 인터뷰하기로 했던 모 방송사의 PD가 행적을 ?다 이를 확인. 이후 소속사 대표가 "제발 못 본 것으로 해달라"며 담당 PD에게 애걸 복걸. 그녀와 관계한 축구선수는 소속된 축구단장으로부터 '처신에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았음. 이는 축구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임.
#2. 가수 겸 탤런트 C양은 잡식성 연예인. 아무 남자나 걸리면 '아작'을 내는 연예인으로 유명함. 주로 신인 남자배우 킬러임. 가수 L군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배우 Y가 이태원의 한 바에서 술을 먹고 있는데 C양이 들어와 합석. 평소 친분이 있었던듯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C양이 "오늘은 나랑 끝까지 가자"고 함. 이때 갑자기 또다른 후배 탤런트 K군이 나타나자 함께 나가면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함. "누나 금방 갔다올게 기다려?"
2005년 1월 연예가를 떠들썩하게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이름하여 '연예인 X파일'이다. 국내 정상급 연예인 99명의 실명이 담긴 사적 정보와 그들을 둘러싼 각종 악의적 소문을 담은 문건이었다.
당시 이 파일은 유명 광고에이전시가 방송 리포터와 연예기자 10여명을 면접해 작성한 '광고모델 DB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결과'로 A4용지 112장 분량이다. 'X파일'로 명명된 이 문건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에 뿌려졌고, '파일'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교환에 너도 나도 혈안이 됐을 만큼 호기심은 증폭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광고에이전시 측은 "단순 정보수집 차원에서 사적 의견들을 모아 정리해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연예인들은 "대기업 광고에이전시가 엉터리 소문을 근거로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CF캐스팅 등에 악용하려 했다"며 분개했다.
파장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연예인들은 연기자노조 등을 중심으로 법적조치에 나서는 등 강력 대응했다. 특히 '연예인 X파일'에서 언급된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들은 치명적인 이미지 훼손으로 피해를 봤다고 발끈했다.
이후 소속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해당 에이전시 측과 수차례의 협의과정을 거친 뒤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약속받고 2개월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에이전시 측의 부탁을 받고 '연예인 가십' 작성에 도움을 준 방송 리포터와 일부 연예기자들도 궁지에 몰렸다. 이들이 에이전시 측으로부터 '자문료' 형식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자윤리 차원의 자성과 TV 출연이 한동안 중단되는 등 후폭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X파일'에 등장한 인물중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경우도 없지 않았다. X파일에서 유망주로 꼽혔던 송일국, 조한선, 최강희, 김아중 등은 이후 최고 스타덤에 올라 당시 문건이 전혀 터무니없는 문건만은 아니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얼굴도 잘 생겼고, 연기력도 좋은 편, 스타일리시하게 꾸미면 럭셔리 이미지에도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송일국은 '주몽'과 '로비스트'의 주연을 꿰차며 승승장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배우로서는 드물게 여검사와 결혼에도 골인했다. 또 '용모나 연기력, 목표의식 등을 볼 때 정상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평가됐던 현빈도 '내 이름은 김삼순' '눈의 여왕' 등에서 주연을 꿰차며 톱스타로 부상했다.
원조 '연예인 X파일'이 잠잠해질 무렵 또다른 파일들이 잇달아 인터넷에 유포됐다. 각각 '연예인 X파일 2탄'(2007년)과 '연예인 X파일 3탄'(2008년)으로 불린 이들 문건은 주요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게시판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80여명 가량의 이름이 언급됐지만 주로 이니셜 형태의 괴문서 수준에 머물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방송인 A양은 평소 헤픈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개그맨 C군이 그녀의 방에 함께 머물다 제주 행사차 오후 늦게 공항으로 떠났다. 그런데 깜빡 두고 나온 물건이 있어 1시간만에 되돌아갔더니 A양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 C도 잘 아는 탤런트 K군이었다.'
내용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던 연예 가십거리를 누군가 인위적으로 살을 붙여 정리한 듯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내용이 구체적인데다 누구인지 알 수 있게 언급된 것들도 많아 논란을 빚었다.
유명 연예기획사 간부 K씨는 "일명 '연예인 X파일'로 불린 이런 문건들은 모두 치명적인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대응하기도 껄끄럽다"면서 "연예계 종사자로서 명예훼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현재의 인터넷 문화가 개탄스럽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