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장치 완화… 소송없인 증명 못해 |
끊임없이 되풀이해온 표절 문제가 '이효리 사태'로 재점화 되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표절판정의 기준과 잣대도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표절은 근래들어 부쩍 많아졌다는게 가요계의 분석이다. 왜 그럴까? 표절판정 기준이 바뀌면서 과거에 비해 적발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꼽는다. 그만큼 피해가기가 쉬워졌다는 얘기다.
10여년 전만해도 표절문제는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 내에 따로 구성된 표절심사위원회가 심의했다. 심사기준은 2소절 이상 유사할 경우 표절로 판정했다. 당시만 해도 가요관계자들이 심의하는 기구여서 공신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1999년 공륜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 통폐합되면서 심의위원회가 없어지고 표절판정은 법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원작자가 표절곡에 대해 고소를 하고 법정이 표절 판정을 내려야만 손해배상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표절 공방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국내 법체계상 크지 않아 실제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원작자가 외국인일 경우 표절을 인지하는 시간과 거리가 있는데다 소송해서 승소하더라도 실익이 별로 많지 않다. 표절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묵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법의 허점 때문에 과거에 비해 표절이 잦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표절에 대한 좀더 명확한 기준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댄스뮤직은 멜로디와 박자 등이 단순한데다 샘플링을 입힌다는 제작과정 때문에 '그 노래가 그 노래같을' 소지는 충분하다. 일부러 표절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곡을 자주 듣다 은연중 머릿속에 입력된 멜로디를 악보 위에 그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경우에도 표절시비를 빗겨갈 수는 없다.
음반 못지 않게 표절시비가 잦은 드라마는 어떨까? 드라마의 경우는 두 작품의 대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플롯, 사건의 전개과정, 작품의 분위기, 전개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종합적으로 비교해 표절여부를 가린다. 이 때문에 표절 여부 판정은 더 어렵다. 실제로 표절의혹을 제기하고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도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하는 일이 더 많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히트작 '내 남자의 여자'는 KBS 드라마 공모 작가 출신인 류모씨의 '옥희, 그 여자'와 표절 시비에 휘말렸지만 '혐의 없음' 처분으로 끝이 났다. 만화 '바람의 나라'의 김묘성 작가로부터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태왕사신기'의 송지나 작가 역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특히 통속극의 경우 비슷한 흐름의 이야기가 많아 표절 시비가 쉽게 붙을 수 있지만, 구체적 구성의 유사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표절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의 작품이라 해도 표절로 단정짓기는 좀처럼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