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명주 기자] 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에 동정 여론이 쏠리고 있다. 학력 위조와 병역 기피 의혹 등으로 상처 받은 그가 자택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뭘 더 밝히란 거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타블로가 학력 위조설에 처음 휩싸인 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미국 명문대 스탠포드 영문학의 학·석사 과정을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학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올해 초에는 이러한 위조설에 보다 자세한 증거가 덧붙어져 퍼져 나갔다. 이에 타블로는 지난 4월 이와 관련 내용을 온라인에 유포한 네티즌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했다. 지난달 3일에는 자신의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반박글을 올리면서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네티즌은 지난 5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이름의 카페까지 만들어 타블로에 다양한 방식의 증거와 직접적인 해명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14일 현재 해당 카페 회원수는 6만 9785여명에 육박한다.
네티즌들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 졸업 논문 번호와 졸업 증명서, 여권 원본, 대학원 졸업 사진 등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과거 학력 논란에 휩싸였던 김용옥 교수가 미국 하버드대학교 재학사실에 대한 의심을 떨치기 위해 자신의 논문번호를 공개한 적이 있어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블로가 이미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받은 성적표를 공개했고, 해당 대학의 부학장이 학교 공식 트위터를 통해 그의 학력을 확인시켜 준 상황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더 이상 침해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부학장 토머스 블랙은 트위터에 공식 확인서 공문을 PDF 파일로 올리면서 "다니엘 선웅 리(타블로의 미국 내 영어 이름)는 1998년 가을 학기에 입학해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2002년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타블로에 대한 의혹은 이뿐 만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로 일컬어지는 병역 문제에까지 관련돼 한국 국적 포기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일부 네티즌들은 병무청, 국민신문고, 법무부 등에 관련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신청하고 있다. 특히 EBS의 한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출연 중인 형 데이브까지 병역 면제 의혹을 받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타블로의 가족들은 모두 캐나다로 이주해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만큼 병역의무를 지고 있지 않다. 타블로-데이브 형제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재외동포비자를 받아 활동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 물론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한 사람에 대해서는 재외동포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그러나 네티즌의 의문은 아직도 남아 있다.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취득 거주요건을 충족시켜야하는데 이 시기는 캐나다가 아닌 미국 스탠퍼드 재학 시절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민권 취득에 그리 엄격하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비춰보면 불법적인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당시 법에는 ‘거주’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근 캐나다 정부는 시민권 신청 자격에 최근 4년 중 3년을 ‘거주해야 한다’는 표현을 ‘실제 거주해야 한다’로 수정한 바 있다.
‘타블로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의혹들이 정확한 자료에 의해서가 아니라 추측을 통해 발전한다는 점이다. 타블로나 해당 학교 측이 관련 자료를 공개해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진짜라면 우리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전부 보여 달라”는 식이다.
미디어의 과잉 보도도 문제다. 일부 매체들은 네티즌이 관련 카페에 게시한 의혹들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기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타블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한 기사를 썼고, 그로 인해 내게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더라”고 전했다.
힘들어하고 있는 본인과 가족의 피해에 대해 아무도 보상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그저 그런 해프닝일 수 없다. “나는 당신에게 거짓말 한 적 없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의 삶은 망가졌다”고 말하는 타블로를 지지하는 여론이 생겨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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