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禹瑾敏·무소속)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14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청 인근에 있는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업무보고차 찾아온 공무원들을 반갑게 맞았다. 우 당선자가 제주도청을 떠난 지 6년이 지났지만 고위직, 실무직 구분없이 공무원들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분(分) 단위로 이어지는 일정 탓에 다소 지쳐보였다. 하지만 본지와의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관선 2번과 민선 3번째 당선된 도지사답게 제주 도정 전반을 꿰뚫고 있는 자신감으로 거침없이 답변했다.
―국가 안보 강화 차원에서 제주 해군기지사업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지역 주민 일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은 그 자체가 문제는 결코 아니다. 풀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갈등을 풀 수 있는 복안도 갖고 있고 해결할 자신도 있다. 국가 시책으로 추진하는 안보사업을 작은 회사 민원 처리하듯 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갈등 해결 복안은
"해군기지 자체를 반대해 본 적이 없다. 또 일방적 공사 강행을 찬성한 적도 없다. 해군기지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 제주도민, 국방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윈-윈' 방안을 찾아나가겠다. 국방장관도 만나고, 주민도 만나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 제주도민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중재를 하고, 갈등 당사자들이 상대방 입장에 귀를 기울여 한발씩 양보하도록 한다면 충분히 풀 수 있다."
―선거 공약으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장했다. 그 이유는.
"기초자치단체 폐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소통이 제대로 안 돼 읍·면 사정이 도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풀뿌리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된 탓에 지역 주민은 오히려 소외됐다. 이번 선거에서 읍·면 지역 주민들이 저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준 것도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것이다. 또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면서 지역 간 경쟁이 사라졌다. 경쟁이 사라지다 보니 생각이 퇴보하고 불만만 쌓이고 지역사회의 창의성도 사라졌다. 기초자치단체 간 경쟁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럼 어떤 형태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추진하나.
"전문가의 연구와 도민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추진 일정을 마련하겠다. 임기 안에 주민과 기업, 지역사회 등 모든 구성원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별자치도 모델을 만들겠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을 주민 손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다만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되 기초의회는 두지 않겠다. 대신 광역의회인 제주도의회에서 지역상임위를 둬 기초의회 기능을 대신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된 영리병원에 반대하나.
"영리병원 도입은 시기상조다. 영리병원은 공공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제주지역은 공공의료시설 수준이 뒤처져 있다. 대도시로 안가더라도 제주에서 뇌나 심장 등 시간을 다투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공공의료서비스 확충이 더 시급하다."
―영리병원 도입의 목적이 의료관광활성화다. 이를 포기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의료관광 활성화는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성형과 미용, 한방, 피부, 진단 분야 의료관광프로그램을 육성하고 집중하면 된다. 여기에 제주의 청정 자연을 활용한 '자연치유관광' 프로그램도 동시에 추진해 나갈 것이다."
―관광 수요 창출 위해 추진하는 '관광객(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에 유보적 입장으로 알고 있다.
"관광객 카지노가 재원 확보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정부와 제주도민, 제주관광 종사자 간에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관광객 카지노 논란 탓에 정작 더 중요한 제주의 발전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래서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놓겠다는 것이다. 도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에 복당하나.
"민주당은 정치적 고향이고 뿌리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두 번 제주지사가 됐다. 입당 여부는 제주도민들 뜻에 따라 신중히 검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