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한국시각) 개막한 2010 남아공월드컵의 경기장들은 온통 ‘부부젤라(vuvuzela·남아공 전통의 나팔)’의 윙윙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보통 축구장에서 관중들의 함성과 응원가가 들려오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길이 1m 내외인 부부젤라는 보통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남아공의 세츠와나 부족 언어로는 ‘레파타타(Lepatata)’라고도 하며, 남아프리카의 축구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응원용으로 흔히 사용한다. 쿠두(kudu·아프리카산 대형 영양)의 뿔로 만든 아프리카 전통 나팔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부부젤라의 기원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1990년대부터 축구경기장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 2001년에는 남아공의 한 회사에서 플라스틱제 부부젤라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축구장에서 흔히 쓰이는 응원도구 가운데 가장 큰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부부젤라의 소리를 묘사하는 표현도 다양하다. 부부젤라의 소리는 ‘뱃고동’처럼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부터 ‘달리는 코끼리 무리’, ‘귀청을 찢는 메뚜기 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염소’, ‘성난 벌떼’까지 다양한 표현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부부젤라는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2일 한국과 B조 첫 경기를 치르는 그리스 선수들이 “부부젤라 소리 때문에 제대로 쉴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고, 일본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부부젤라 응원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부부젤라의 ‘종주국’인 남아공 대표팀의 파레이라 감독은 “우리에겐 부부젤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부젤라의 소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남아공 정부는 경기시작 전 각국 국가를 연주할 때는 부부젤라를 불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부젤라는 경기장의 흥을 돋궈 주지만 위험한 측면도 있다. 일단 청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앞서 스위스 보청기 제조업체 포낙은 부부젤라의 소음도가 127dB(데시벨)로 청각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록밴드나 공사장의 시끄러운 소음이 약 120dB 정도다. 큰 호흡으로 힘껏 불어야 하기 때문에 기침을 하거나 소리치는 것보다 바이러스를 훨씬 빨리 퍼뜨린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