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놀이공원에 갔다. 매표소 앞에 서서 할인카드가 있는지 없는지 전부 펼쳐놓고 있는 나를 보더니, 직원이 물었다.

"혹시 단체관람객이세요?"

표를 끊기 전에 알아챘어야 했다. 5월이 '가정의 달'인 줄만 알았지, '소풍의 달'인 줄 알게 뭔가. 평일 오전, 놀이공원 안에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에 고등학생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졸지에 "오리 꽥꽥, 강아지 멍멍" 같은 구호에 소리 맞춰 행군하는 유치원생들과 함께 긴 놀이기구 줄에 서 있어야 했다. 바로 그 옆에는 '바이킹'을 탄 아이들이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바이킹은 무서운가? 물론이다. '놀이공원'에 있는 바이킹이 아니라, 이 영화에 나오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존재했던 '바이킹' 말이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는 그들은 해충 잡듯 '용(龍)'을 때려잡는다. 외계인은 지구를 파멸시킬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편견을 깬 영화는 'E.T'다. 3D 안경을 쓰고 보는 영화에 처음으로 쾌감을 안겨 준 영화는 '아바타'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E.T', '아바타'를 닮아 있었다. 전통적 가치를 바라보는 세대 간 갈등 양상이라는 것도, 하늘을 나는 것이 최고의 판타지라는 점도 그렇다.

이 영화에는 잘 만든 애니메이션에서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들어 있었다. 아들과 아버지의 화해, 바이킹 마을에서 제일 허약 체질인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이야기에,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용이 보일 때마다 아악~ 소릴 지르는 어린이들, 옥션에 가면 포르노 감상용 3D 안경을 살 수 있을 것이란 시시껄렁한 어른들의 농담은, 덤이라면 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용 이름은 '투슬리스(Toothless)'다. 말 그대로 이빨이 없는 용을 뜻하는데, 그것이 발톱 자른 고양이라든가 성대 수술시킨 멍멍이처럼 '애완'을 위해 희생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투슬리스는 '발'을 잃은 주인공에게 기꺼이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용'이다. '우리들의 친구 용'이라고 해야 하나.

선거철이다. '개천에서 용 되신' 분들을 정말 많이 본다. 상대방에게 화생방급 불을 뿜어대는 모습도 어지간하다. 영화 속 투슬리스처럼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어루만져주는 정치는 어떨까. 부디 용이 되더라도 개천의 기억을 잊지 말고. 그렇다면 언젠가 마법처럼 아이들이 용 이름을 외우듯 정치인의 이름을 외우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선더드럼, 팀버잭, 스컬드렌, 체인지링, 그롱클, 지플백, 스크릴처럼…. 그나저나 꼬마들은 어째서 발음도 괴상한 공룡 이름이나, 용 이름을 그렇게나 잘 외우는 걸까.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건데, 정말 미스터리하다.

드래곤 길들이기
감독: 딘 드블로이스, 크리스 샌더스/ 개봉: 5월 20일/ 관객 수: 87만3000명(23일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