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될 예정인 북한 화가들의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초상화 전시회를 놓고 오스트리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일성을 위한 꽃(Blumen f?r Kim Il Sung)’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전시회는 이달 19일부터 9월 5일까지 빈 응용미술 박물관(MaK)에서 열린다. 작품은 수채화·유채화 100여 점과 포스터 30여 점 등 총 130여 점이다.
북한 농촌 풍경을 그린 작품도 있지만, 대개는 김일성 부자의 업적을 칭송하거나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선전물이다. 이 그림들은 평양 국제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으로, 북한 미술품 전시회가 외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껏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북한 회화가 오스트리아에서 세계 최초 해외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기까지의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이 중립국인 오스트리아와 쉽게 접촉할 수 있고 지난달 대선에서 재선출된 오스트리아 하인츠 피셔(Fischer) 대통령이 북한 친선협회 회장을 맡은 적이 있을 정도로 오스트리아와 북한 관계가 비교적 원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립국 오스트리아에서 전시회에 대한 논란이 생긴 원인은 그림의 이념적 성향이 아니라 전시회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금에 있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오스트리아 교육문화부 클라우디아 슈미트(Schmied) 장관은 재무부에 미술품 보증금 등 총 630만 유로(약 100억8000만원) 지원금을 요청했으나, 요제프 프뢸(Pr?ll) 재무부 장관은 “쓸데 없는 일에 국가 재정을 낭비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 부처간 대립이 심해지면서 오스트리아 주요 일간지 ‘스탠다드(der Standard)’는 전시회 추진 이유와 배경이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슈미트 장관은 “알려지지 않은 해외 문화를 접할 좋은 기회여서 전시회를 추진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박종범 회장은 “전시회장과 교육문화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교민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