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렷, 선생님께 경례."
20일 오후 6시 대구 서구의 한 뷔페식당.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지난달 정년퇴임한 손병현(63) 전 대구 남부교육장이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1980년 당시 고3 국어교과서에 실린 '용비어천가'가 수업의 테마. 스승은 "용비어천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모든 생활에서 근본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고 결론 내리며 30분간의 짧은 수업을 마무리했다.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에 이르는 80여명이 요즘 교복을 빌려 입고 그들이 존경하는 스승의 수업을 경청했다. 이들은 스승이 국어교사로 근무했던 대구 달성고, 경북고, 울진 죽변종고, 대구과학고 등 대구·경북지역 4개 고교의 제자들이다.
이날 행사는 손병현 전 남부교육장의 제자들이 마련한 '정년퇴임연 및 출판기념회'의 한 부분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달성고 총동창회 사무총장이자 이날 반장을 맡은 권일경(47·사업)씨는 "제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스승의 정년퇴임 때 꼭 한번 수업을 다시 듣고 싶다고 조른 끝에 간신히 허락을 받아 성사시켰다"고 했다.
권씨는 달성고 제자뿐 아니라 스승이 재직했던 다른 학교의 제자들에게도 연락을 취했고, 이들이 서울·부산·대전 등 전국에서 모여들어 스승의 '마지막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손병현 전 남부교육장은 1974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강가에서', '어느날의 시', '귀거래사 읽으며' 등 3권의 시집을 냈다.
이번 출판기념회에서는 동료교사들의 축시와 축사, 추억담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들을 수록한 430쪽 분량의 '한점 생각'이라는 제목의 책을 선보였다.
그는 "이 세상에 많은 직업이 있지만 인간의 삶을 가르치는 교육자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직업이 아니겠느냐"며 "교사로서 학생들과 맺은 인연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