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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짐승의 경계는 어디인가' 아리송한 감독의 메시지는?
 

지난 11일 개봉한 '울프맨'은 스케일 큰 영화를 기다리던 마니아들에겐 희소식이었다. 많은 이들이 추운 겨울 내내 억눌러왔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기 위해 기다려온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울프맨'은 이들의 목마름을 해소해줬을까?

영화는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한다는 고전적 소재를 가져왔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로, 흥행에 성공하려면 기존 작품과는 다른 색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이 영화는 기존 늑대인간 설화에 울프맨의 가족사를 추가했다.

그러나 가족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서로 죽이려는 아버지와 자식의 모습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무마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주인공들의 애정구도 또한 억지스럽다. 형의 여자친구 그웬은 형이 죽자 금세 울프맨인 로렌스와 사랑에 빠진다. 로렌스의 아버지 존 또한 그웬을 사랑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죽은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남자친구의 동생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오락성을 위해 억지로 짜맞춘 듯한 시나리오는 작품성을 반감시킨다. 폭력과 살육이 난무하는 영화들 속에서 늑대인간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했으나 아쉬움만이 돌아왔다. 늑대인간에게도 가족애가 있다거나,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더라면 관객들에게 더 따뜻한 박수를 받지 않았을까.

단 스토리에 관계없이 공포와 스릴을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1890년대 후반 고전적이고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어둡고 음산한 화면으로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스타워즈'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했고, '레이더스'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던 조 존스톤 감독은 스릴 넘치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듯하다. 특히 끔찍한 고문으로 울프맨이 환각에 빠진 영상은 예상치 못하게 몇 번이고 관객의 심장을 멎게 한다. 전혀 늑대같지 않은 캐릭터가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액션 스릴러로서의 본분은 다했다.

마지막 장면에 늑대 울음소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대사가 이어진다. "짐승은 죽여도 된다고 말한다. 인간만이 존엄하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과 짐승의 경계는 어디인가?" 감독은 어떻게 해서라도 교훈적인 내용으로 결말짓고 싶어한 모양이다.

이 대사를 듣고 관객은 어떤 교훈을 깨달아야 하는 걸까. 짐승도 존엄성을 존중해줘야 한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욕망 앞에선 똑같다? 영화 전체의 초점은 늑대인간의 폭력성과 잔인함에 맞추어져 있으면서 영화의 내용과 동떨어진 한 마디로 관객들을 아리송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 사이에서 '이게 무슨 내용이지?'라는 이야기가 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강진민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