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화학 산업은 화학산업의 원료 및 생산 공정에 바이오매스(Biomass·생물자원) 또는 바이오기술 (BT)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기존의 화학산업에 비해 바이오화학 산업에서는 화학(공학) 분야보다는 바이오 분야를 전공한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이다. 기존 화학산업에서도 화학(공학) 전공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계·전기·재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요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이오화학 산업 역시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필요하다.
◆'바이오+화학' 융합지식 인력 필요
특히 화학과 바이오 분야 모두에 대한 융합 지식을 갖춘 인력이 요구된다. 바이오화학 제품의 개발 및 생산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편중된 지식만으로는 생산기술을 총괄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화학산업에서 요구되는 생산기술에 덧붙여서 바이오기술 또는 바이오·화학 융합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대단히 중요하다. 전체를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분야 인력 양성체계를 총괄적으로 보면 기계, 전자 등 타 분야의 인력양성 규모나 수준에 못지않게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주로 레드-바이오(Red biotech=의·약학 분야)와 그린-바이오(Green biotech=농·식품 분야)에 치우친 교육 및 인력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화이트-바이오(White biotech=산업·환경 분야)는 비중이 약하다. 예를 들어, 제2차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2006~2017년까지 13만7900명의 생명공학 분야 전문가를 배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레드와 그린 바이오 분야가 주를 이루고, 바이오화학 산업과 연관된 화이트 분야 인력은 약 9%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유럽은 인력양성 '괄목'
기존의 화학산업은 현재 생산되고 있는 제품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수십년 이상의 축적된 화학지식을 토대로 성장 발전해 온 산업이다. 바이오화학 산업 역시 바이오·화학 및 융합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 화학산업을 상당 부분 대체, 발전해 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인력 양성의 형태 역시, 기존 산업과 전혀 다른 신규인력 양성이라기보다는 기존 산업인력의 재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지식 기반의 바이오화학 산업 특성상 대학에 바이오·화학 융합 학과 또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특성화 대학원의 구축을 통해 생산현장에 필요한 전문 생산인력과 창의적 고급 연구인력들을 동시에 양성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부 지원에 의해 바이오화학 특성화대학원 프로그램이 이미 시작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아직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부족한 형편이다.
반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바이오화학 산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인력양성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 명문인 미국 MIT대학 화학공학과도 화학산업 기반의 기존 교과목을 개편하여 시스템 생명공학에서 생물공정 공학에 이르는 다양한 범위의 바이오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교육하고 있다.
◆중장기 전망 세우고 인력양성해야
최근 바이오화학 산업이 집중 부각되기 이전부터 국내에서도 화학산업 엔지니어들의 주된 배출 학과라고 할 수 있는 화학공학과의 교과과정에 이미 바이오 관련 교과목이 개설돼 있었다. 국내 유수 대학들 가운데 화학공학과의 명칭을 생명화학공학, 화공생명공학 등으로 변경한 사례를 제법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의약산업에 특화된 생명공학이 주된 분야였다.
향후에는 화학산업에 기반한 바이오화학 분야로 보다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추가하거나 별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학과 명칭에도 '바이오'를 넣을 필요가 있겠다.
체계적인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 차원에서 수요 조사를 통해 중장기 수급전망 및 이에 근거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학과 신설 또는 관련 학과의 교과과정 개설, 특화대학원 개설, 전문연구기관 및 기업체와 연계된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기존 산업체 인력 재교육을 위해서는 지역 대학, 연구센터, 지자체 및 산업체전문가 풀로 구성된 강사진에 의해 정기적으로 장·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교과과정의 예로는 바이오매스 전처리, 발효공학, 대사공학, 효소공학, 생물공정기술, 바이오기술 특허분석 등이 있겠다.
◆질 높은 인력양성이 핵심 경쟁력
이미 한국은 울산, 여천, 대산 등지에 많은 글로벌 화학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나 최근 고유가, 기후변화협약, 중국의 화학산업 육성에 따른 경쟁력 저하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오화학 산업은 결국 석유자원의 유한성, 환경문제 등으로 화학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지식기반 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국내 화학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신규 고용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인력을 적절한 시기에 투입하기 위한 인력양성이 시급히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