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마릴린 먼로… 엄청난 수익 직결 '사후 초상권' 공방
 

이소룡의 친딸이자 무술 후계자인 섀넌 리는 지난해 아버지의 초상권을 되찾았다. "20여년간 초상권을 갖고 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초상권과 관련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이소룡의 초상권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한해 100만달러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초상권 수입 순위는 세계 7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섹시스타 마릴린 먼로도 초상권 다툼에 휘말린 적이 있다. 먼로의 초상권을 갖고 있는 전 연기코치의 아내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사후 초상권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이처럼 스타의 초상권 공방이 벌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엄청난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1962년 사망한 먼로의 경우, 초상권 이용료만으로 한해 800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인다. 현역 스타들의 초상권 가치가 얼마나 될 지는 정확하게 헤아리기 힘들다.

그래서 파파라치가 극성을 부린다. 스타의 사진 한 장만 잘 찍으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어서다. 할리우드의 톱스타 브란젤리나(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파파라치가 찍은 이들 부부의 첫딸 샤일로 누벨의 사진은 38억원에 팔렸다. 그러자 둘째아이 때는 브란젤리나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쌍둥이 사진을 무려 1100만달러(약 130억원)에 팔았다. 파파라치의 불법 사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거액을 받고 공식적으로 잡지사에 초상권을 판 것이다. '반지의 제왕'의 올랜도 볼룸과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의 시에나 밀러의 키스 사진도 6억원에 거래됐다.

잡지와 파파라치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연예잡지들은 이 사진들을 게재함으로써 판매부수 증가와 함께 홍보효과를 거둔다. 파파라치는 거액을 손에 쥔다. 잡지사들이 이처럼 과감하게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을 실을 수 있는 것은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잡지사들은 스타들의 초상권 소송에 대비해 각종 보험에 들어있다. 소송에 패한다고 해도 배상금이 판매부수 증가로 벌어들이는 금액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파라치와 스타 역시 공생관계다. 스타는 찍혀서 몸값을 높이고, 파파라치는 찍어서 돈을 버는 것이다. B급 스타들에게 해당되는 일이지만, 일부러 돈을 주고 사진을 찍히는 경우도 있다. 국내 무명, 신인 연예인들이 스포츠-연예 스타와의 스캔들을 흘려 이름을 알리는 전략과 비슷하다.

스타들이 파파라치에 대응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뉴스메이커 패리스 힐튼과 니콜 키드먼은 파파라치에 관대한 편이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고생이 많다. 팬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파파라치에 한이 맺힌 스타도 많다. '300'의 제라드 버틀러는 지난해 10월 파파라치 폭행죄로 기소된 적이 있다. 영화 '로큰롤라' 프리미어 파티장을 떠나면서 파파라치와 몸싸움을 벌인 게 화근이었다. 이혼, 약물중독 등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우산으로 파파라치의 차를 부숴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다.

귀여운 대처법도 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공식석상에 돼지 가면을 쓰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물론 파파라치들은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제시카 알바처럼 "나도 너를 찍겠다"면서 직접 카메라를 꺼내드는 행동파도 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파파라치와 잡지사를 연결해 주는 에이전시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빅 픽쳐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파파라치의 사진을 타블로이드 신문에 제공한다. 파파라치 전문 포털 사이트를 개설해 스타들의 스케줄을 파파라치에게 제공하기까지 한다.

미국의 초상권 관련법은 복잡하다. 초상권이 주법에 의해 관리되는데, 주마다 그 내용이 다르다. 캘리포니아주는 사후 초상권을 인정한다. 상속자가 수십 년 동안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반면 뉴욕 등 일부 주에서는 사망한 인물의 초상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먼로의 소송이 벌어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