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40분.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한 18인승 소형 비행기가 손님을 단 한 명만 태우고 강원 양양공항에 도착했다. 양양~김포, 양양~김해 노선을 운항하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소속 비행기다.

이 공항엔 지난 8월 15일부터 18인승 비행기가 운항 중이지만 승객은 거의 없다. 지난 7일까지 양양~김포 노선은 121회에 걸쳐 557명, 양양~김해 노선은 183회에 걸쳐 1659명이 이용하는 등 총 304회, 2216명이 이용했다. 한 번 비행에 평균 7.3명이 이용한 셈이다.

김포에서 양양까지 손님 한 명도 없이 텅 빈 비행기만 뜰 때도 있다. 이 회사는 비행기 한 대로 김포~양양~김해 노선을 운영하기 때문에 김포에서 승객이 없어도 비행기는 떠야 한다. 양양공항에서는 작년 11월 1일 일본발 대한항공 전세기가 착륙한 이후 340일째 대형 비행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유령 공항'으로 불리는 양양 공항은 올 상반기에만 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양공항 직원 수 한 명도 안 줄어

지난 6월 감사원은 한국공항공사에 '공항 활용 방안이 나올 때까지 양양공항을 휴지(休止)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그러나 여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책 결정 기관인 국토해양부와 공항공사가 "컨설팅 결과가 나와야 양양공항 처리에 대한 입장을 정할 수 있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공항공사는 강원도와 공동으로 항공관련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맡겨 처리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11월에나 나온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현재 양양공항 인력 64명(공사 13명, 용역 51명)을 21명으로 줄여 인건비라도 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6일 현재 양양공항 인력은 64명에서 한 명도 줄어들지 않았다. 소형 비행기가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공항 운영 인원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 반발에 방법이 없다"

고질적인 적자 행진으로 '혈세 먹는 하마'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지방공항에 대해 정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미적거리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고 지방에서는 구조조정에 반발하면서 아무런 진척 없이 적자만 쌓여가고 있다.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통합 운영 문제는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무안은 광주공항 국내선 이전을, 광주는 광주공항 국내선 포기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애초에 무안공항 개항은 인근에 위치한 광주공항 폐쇄를 전제로 했다.

국토부 장종식 항공정책관은 "전남과 광주의 입장이 팽팽해 아직 공항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양쪽 입장을 듣고 (공항 통합에 대한) 조정을 해야 하니까 하루아침에 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 황성연 항공정책과장은 "사실 장기적인 방향은 (무안·광주공항의) 통합이지만, 지역 입장을 무시하고 중앙 정부가 강제로 통합을 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안공항은 2007년 11월 개항 이후 113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고, 광주 공항은 지난해 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시험대에 놓인 공항 민영화

청주공항은 정부의 공항 선진화 방안에 따라 지방공항 중 유일하게 공항 운영권을 민간으로 넘기기로 한 곳이다. 현재 운영권 매각을 위한 컨설팅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국토부의 공항 담당 공무원은 "이달 중순까지 컨설팅 용역을 끝내려 했지만 해외 공항 민영화 사례 등을 추가 조사하기 위해 10월 말까지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용역 작업이 미루어지면서 내년 3월까지 공항 운영권을 매각하겠다는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청주공항 유휴 부지에 부지 소유자인 국방부가 미사일 기지를 만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까지 반발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조수종 충북경실련 대표는 "미사일 기지 설치와 공항 활성화는 양립할 수 없다"며 "어떤 민간사업자가 미사일 기지 옆에 시설 투자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 황성연 항공정책과장은 "미사일 기지를 건립하더라도 청주공항 민영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