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용인대학교 무도장. 녹색 도복을 입은 세 청년이 용수철처럼 뛰어오르더니 '인간 장애물'을 훌쩍 넘었다. 이어진 대련에선 4학년 안동산(23)씨가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덩치 큰 남자 후배를 빗겨 메치기로 단숨에 제압했다. 동양무예학과 학생들이 전공수업 시간에 선보인 용무도(龍武道) 시범의 장면이다.
용무도는 태권도·유도·합기도·씨름·검도 등의 장점을 융합해 만든 한국적 종합 무도. 25일부터 경북 영천에선 용무도의 최강자를 가리는 제8회 회장기 전국 대회가 열린다. 남녀 초·중·고·대·일반부로 나눠 100여 팀 670여 명이 출전해 열띤 경쟁을 펼친다.
■발차기·메치기·조르기의 종합 무도
용인대의 '용(龍)' 자에 무도의 '무(武)'자를 붙인 용무도는 2001년 용인대 무도대학 교수들이 창안한 무술이다. 16년간 전국에 25개의 합기도 도장을 운영했던 무도인 김병천 현 세계용무도연맹 총재(용인대 객원교수)가 중심이 된 용인대 교수들이 태권도, 유도, 합기도 등을 하나로 접목시켰다. 용무도는 창안된 그해 용인대 동양무예학과 전공과정으로 개설돼 지금까지 1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전국 600여 도장에서 1만여명이 수련을 하고 있다. 용무도의 참 맛은 대련에 있다. 여러 무술의 장점을 취해 만들어진 만큼 자유롭고 박진감 넘치는 공격이 특징이다. 상대와 떨어졌다 싶으면 태권도의 돌려차기가 작렬하고, 붙었다 싶으면 유도의 메치기로 상대를 메다 꽂는다. 누워서 하는 조르기와 꺾기 기술도 상대를 제압하기 충분하다.
경기는 1라운드 4분. 발과 주먹으로 몸통, 등, 옆구리를 정확히 가격하거나 상대방을 넘어뜨리면 1점이 주어진다. 조르기나 꺾기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면 승부는 끝난다. 경기 전 두 선수가 서로 왼팔을 위로 비스듬히 뻗어 맞대고 있다가, 주심의 '시작' 구령과 함께 팔을 내리며 경기에 들어가는 것도 용무도만의 특징이다. 김의영 용인대 교수는 "용무도는 어느 무도보다 실전 종합무술의 성격이 강해 호신용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용무도
용무도는 최근 새로운 '한류(韓流)'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용무도를 받아들였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유단자로 활동하는 용무도 인구는 1000여명. 오는 12월 2번째 승단심사가 열리면 유단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용무도 열기의 진원지는 군(軍)이다. 지난해 7월 김경환 사범(26)이 인도네시아의 육군 특전사 부대를 맡아 용무도를 가르친 것이 시작이었다. 김 사범이 가르친 500명의 군인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창군 기념일에 무도로는 유일하게 시범 공연을 펼쳤다. 여기서 깊은 인상을 받은 군 고위층이 군 무술로 채택하면서 더욱 보급속도가 빨라졌다. 김경환 사범은 "인도네시아에선 용무도의 녹색 도복만 봐도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인도네시아 대통령 경호실도 용무도로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의 UC버클리대학이 용무도를 교양 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남아공과 홍콩 등도 협회 창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김병천 세계용무도연맹 총재는 "용무도는 국내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반응이 더 뜨겁다"며 "세계 곳곳에 사범을 파견해 용무도의 힘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