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열차 모형.

'기차 모형 수집에 빠진 기관사.'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부산지사 소속 기관사인 진승기(37)씨 얘기다. KTX, 테제베, 신간센, 새마을, 무궁화, 700T…. 진씨가 소장한 기차 모형들은 200종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철도의 날인 '9월 18일'이면 주목받는 모형이 있다. 1899년 9월 18일 한반도를 처음 달린 철마인 경인선 증기기관차다. 코레일 부산지사측은 "국내에선 소장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진귀하다"고 말했다.

이 모형은 길이 5㎝가량인 기관차에 총길이 7㎝인 객차 3량을 연결한 형태로 10여년 전 독일의 철도모형 제작 회사가 만들었다. 진씨는 국내외 철도 모형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뒤진 끝에 3년 전 미국의 한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500달러 이상을 주고 구입했다.

지난 15년간 기관차₩객차₩화차 등 기차 정밀 모형 200여종을 모아온 코레일 부산지 사 기관사 진승기씨와 소장품들.

진씨는 "한국 최초 기차의 모형이라 상징이 큰 만큼 꼭 소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씨 소장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포스·탈리스 등 테제베 시리즈와 300·400·500 등 신칸센 시리즈에서부터 객차, 화차, 군사용 철도차량, 철도 정비에 쓰이는 기중기 등 특수 철도 차량까지 다양하다.

이들 모형 기차는 실제 작동하고 달리는 정밀 모형. 크기만 작았지 모양과 성능이 거의 비슷하다. 예컨대 KTX 기관차 모형이 실제 기차의 160분의 1이라면 모양·도색 등이 실제와 똑같으면서 시속 300㎞의 160분의 1 속도로 달린다. 진 기관사는 "캠코더로 달리는 모형을 찍으면 실제 KTX 기관차가 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진씨의 소장 모형은 대개 전문 제작사에서 만든 걸 수집한 것이지만 아예 직접 만들어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KTX(1편성, 앞뒤 기관차 1량과 그 사이 객차 18량)가 그렇다. 프랑스 모형회사에서 만든 테제베 객차를 사다가 1년 6개월을 걸쳐 색칠하고, 기관차 동력 유닛을 만들어 장착하는 등으로 직접 제작했다. 세계 유일의 모형인 셈이다.

강원도 탄광 지역을 다니다 1974년 전철화로 사라진 중앙선의 '8000호대 증기기관차'도 진씨가 차체를 일일이 깎아 직접 만든 것이다. 이 역시 세계 어디에도 없는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진씨는 "퇴근 후나 쉬는 날 틈틈이 제작했다"며 "기술과 희망, 꿈 등을 모두 담고 있는 기차 정밀 모형은 대학 시절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모아 왔다"고 말했다.

또 이들 기차가 달릴 수 있는 철로도 갖고 있다. 이들 소장품을 부피로 따지면 라면 박스 크기로 30~40개쯤은 된다. 그동안 사내외에서 14차례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진씨는 "앞으로도 경제적 사정 등이 허락하는 한 계속 철도 모형들을 수집할 생각"이라며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기차 모형 전시관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