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MF→중앙 MF 종횡무진 등 캡틴 역할 톡톡히

설명이 필요없었다. 역시 박지성이었다. 맨유에서도 이같은 자신감을 갖고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였다.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MVP(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산소탱크'는 아시아의 지존이었다.

예고대로 박지성 시프트가 가동됐다.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한 박지성은 후반에는 중앙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포지션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았다. 사실상 그는 자유인이었고, 포지션이 없었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이 포지션이었다. 전반내내 박지성은 왼쪽은 물론 중앙과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냈다. 왼쪽 중원은 윙백인 김동진이 커버하면서 조직력은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전반 16분 김동진에 이어 박지성 이청용으로 이어진 패스는 상대 수비라인으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선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후반에도 그랬다. 미드필드와 최전방, 측면을 오가며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해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특히 후반 41분의 쐐기골은 박지성이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진영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낚아채 무려 50m를 폭풍같이 드리블하며 설기현의 복귀골을 어시스트했다. 설기현도 "지성이의 크로스가 좋았다"고 칭찬했다.

허정무 감독도 엄지를 세웠다. 그는 "중앙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이 경기를 리드했다. 최종예선의 경우 측면 자원이 많지 않았다. 염기훈이 부상이었고, 이승현도 없었다. 박지성은 앞으로도 상대에 따라 측면과 중앙 모두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성도 자신의 자리 이동에 대해 "어떤 포지션이 좋다기보다는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고 맡은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리더십도 합격점을 받았다.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기 전까지 캡틴이었던 김남일은 "지성이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선수를 압도하는 말 한마디를 한다"며 웃었다.

한편, 박지성은 호주전에 대해 "홈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고 결과에 만족한다. 그러나 아직 보완할 점이 있고 유럽 팀을 상대로 강점을 살려야 한다"며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월드컵에서 강한 팀을 상대로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