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새 국무총리 후보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정하고 국방, 법무, 지식경제, 노동, 여성부 장관을 교체했다. 정무장관의 역할을 맡을 특임장관도 처음으로 임명됐다.

정 총리후보는 그동안 대운하, 4대강 살리기, 감세, 구조조정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해온 경제학자다. 정 총리후보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번 개각으로 내각에서 충청 출신 총리가 등장했고 영·호남 출신 장관 숫자가 비슷해졌다. 출신 대학도 기존 7개 대에서 8개 대로 늘어났다. 박근혜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이었던 최경환 의원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정무장관은 여·야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종교나 재산 문제로 물의를 일으킬 만한 사람도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번 내각은 첫 조각(組閣)에 비해 편중되지 않고 안정감을 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개혁과 변화, 세대교체라는 사회 일각의 요구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의 60대 초반 학자를 총리후보로 발탁했고, 내각의 평균 연령도 59.1세로 전보다 두살 젊어졌다.

지금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상향될 정도로 남다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세계 경제 환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 총리후보는 소감문을 통해 "거시경제, 서민생활, 사교육, 일자리, 사회적 갈등과 지역대립, 남북문제까지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다"고 했다. 이 모두가 새 내각이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다.

새 내각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환경도 간단하지 않다. 앞으로 9개월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정치적 경쟁과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과 정치 자원(資源)이 고갈될 수도 있다. 새 내각은 이런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의 어려움이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까지를 각오하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

벌써 정치권에선 정 총리후보가 갖고 있는 정치적 상징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 총리후보가 지역적으로 중요한 충청권 출신이고 과거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와 여·야 관계 모두에서 긴장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 관계는 반드시 해롭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긴장관계가 국정에 장애가 되지는 않아야 하며, 그것은 정 총리후보의 역량에 달린 일이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정책을 표방한 이후 정부 정책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정 총리후보의 평소 주장과 배치되는 정책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안은 다르다고 해도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충돌 사례가 있기도 하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후보의 차이가 혼선이 아니라 조화로 나타나야만 대통령이 이번 개각으로 얻으려고 하는 화합과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의 책임이고 대통령의 부름에 응한 정 총리후보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