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지법은 2일 교과서 출판업자인 금성출판사가 저자 동의 없이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을 수정해 학교에 배포한 것은 저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교과서 발행과 배포를 중단하고 저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출판계약서에 '저자들은 교육과학부 수정 지시 등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저자들이 교육부의 수정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해서 저자 동의 없이 임의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6개 근·현대사 교과서, 55개 항목에 대해 수정 지시를 내렸고 수정 지시를 받은 55개 항목 가운데 36개가 금성출판사 것이었다. 교과부 수정 지시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수정할 수 없다고 버티자 금성출판사가 독자적으로 교과서를 고쳐 올 초 학교에 배포했고 저자들은 교과서 발행·배포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초·중등교육법은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을 때 교과부 장관이 발행자나 저작자에게 수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수정 지시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검정(檢定) 합격을 취소하거나 발행을 정지시키는 벌칙을 가할 수 있다. 금성출판사는 검정 합격 취소와 발행 정지 명령을 피하기 위해 저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교과서를 수정했고 교과부는 이런 교과서를 승인해 줌으로써 위법(違法)을 자초했다.

결국 이번 판결의 뜻은 좌편향 교과서를 수정하라는 교과부의 지시와 관련된 게 아니라 '저자 동의 없는 출판사의 임의 수정'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출판사가 교과서를 수정하면서 저자와 밟아야만 할 단계를 밟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여론이 이번 판결이 교과부의 수정 요구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한 듯이 교과서의 좌편향 서술이 정당하다고 손들어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판결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수정된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조차 저자의 좌편향적 왜곡과 반(反)대한민국적 서술 등을 거의 그대로 놔둔 채 부분적 자구 수정에 그쳐 당시에 '하나마나 한 눈가림 수정'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한 예(例)로 광복을 서술하면서 "일장기 대신 올라간 것은 태극기가 아니었다. 일장기가 걸려 있던 그 자리에 펄럭이는 것은 이제 성조기였다"는 구절을 그대로 둬 광복 후 진주한 미군이 일본을 대신한 침략군인 것처럼 암시한 것을 들 수 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전국 919개 고교(전체의 35%)에 13만여부가 배포돼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교육현장에 좌익 왜곡 교과서가 넘쳐나도 손 쓸 생각도 않다가 모처럼 손을 대는가 했더니 저작권법 위반 딱지까지 뒤집어쓰고 말았으니 교과부의 수준을 알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