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으로 무장…데뷔 전부터'준비된 연기자들' |
한때 '만능엔터테이너'라는 타이틀은 몇몇 시대를 앞서나가는 선두주자로 지칭됐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심지어 몸매와 외모까지 모델 뺨친다.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능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인기의 상승을 계기로 S라인 또는 식스팩 몸짱 연예스타로 변신하기도 한다.
만능이 되지 않으면 더이상 '롱런' 하기 힘든 시대라는 반증이다. 대다수의 연예인이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 발을 딛고 영역파괴에 스스럼없이 앞장서는 것도 알고보면 '이제 한가지 특기로는 안된다'는 생존전략의 몸부림인 셈이다.
또 인기만 있다면 '가수-MC-탤런트-영화배우-개그맨' 등 전통적인 분류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방송가 안팎에서 꼽는 대표적인 멀티엔터테이너로는 연예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팔방미인 현영을 꼽는다. 현영은 슈퍼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해 쉰소리 나는 목소리의 결점을 극복하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어 가수ㆍMCㆍ라디오 진행자로 맹활약중이다. 하지만 현영의 경우를 보면 어느날 갑자기 '그저 운이 좋아' 신데렐라로 탄생하는 행운의 스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녀는 1997년 SBS 슈퍼모델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12년째를 맞았지만 사실 7년 이상 긴 무명생활을 거쳤다. 대사 4줄이 전부인 단역을 따내기 위해 영화 오디션을 봤고, 바로 그 탁하면서도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 때문에 수없이 떨어졌다. 그래도 포기 하지 않았다. 대신 춤과 노래 연기 등 무슨 배역이나 역할이든 소화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끼를 착실히 준비했다. 집념의 노력과 의지는 뒤늦게 슈퍼모델 출신이란 그녀의 S라인 몸매와도 적절히 매치가 됐다. 현영은 후에 한 토크프로그램에서 "그 많은 눈물의 세월이 쌓여 오늘의 현영이 있다"고 말했을 만큼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 마침내 정상급 스타, 그것도 영역 구분없이 '모셔가는' 연예계 블루칩이 됐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통해 멀티엔터테이너로 각인된 가수 겸 연기자 이승기나 컨추리꼬꼬로 활동하다 예능프로그램 MC와 스크린 스타로 부상한 탁재훈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승기는 최근 종방된 SBS 주말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선우환 역을 맡아 인상녀 한효주와 환상의 연기호흡을 맞추며 브라운관의 가장 사랑받는 만능엔터테이너로 우뚝 섰다. 또 가장 닮고 싶은 매력남으로 꼽힐 만큼 남성팬들의 관심도 증폭됐다.
지난 2004년 1집 '나방의 꿈'으로 데뷔한 뒤 꾸준히 가수로 활동중인 이승기는 시트콤 '논스톱 5'와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찬란한 유산', 리얼리티 프로그램 '1박 2일' 등에 출연하며 만능스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탁재훈은 신정환과 컨츄리꼬꼬로 전성기를 누리다 해체한 뒤 독립했다. 솔로 선언후 그는 가수로 보다는 배우와 TV 예능프로그램 MC로 주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영화 '가문의 위기'(2005년) '맨발의 기봉이'(2006년)를 잇달아 히트시킨뒤 스크린 스타로 부상했고, KBS 2TV '해피선데이'와 '상상플러스'를 진행하며 멀티엔터테이너로서의 숨은 역량을 이끌어냈다.
가수 출신 스타들의 연기자 겸업은 요즘 하나의 트렌드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SBS 드라마 '드림'의 여주인공 박소연 역을 맡아 연기자로 공식 데뷔한 손담비는 데뷔 이전부터 가수와 연기자를 목표로 동시에 준비하며 토털엔터테이너를 꿈꿨다. 기획사에서도 애초 '만능'을 목표로 춤 연기 노래 등의 훈련을 시킨다. '요즘 등장하는 아이돌 스타는 가수라기 보다는 종합예술인에 가깝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통상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업하면 무대를 완전히 떠나는 경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손담비는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하이프네이션'의 주연으로 발탁돼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나 핑클 멤버로 활동했던 성유리, 이진 등도 잇달아 브라운관 복귀에 합류해 만능스타의 명성을 주도하고 있다. 성유리는 지난달 8일 첫 방송을 탄 SBS 수목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의 주인공 이수현 역을 맡아 열연중이고, 이진은 지난 5일부터 MBC 납량 드라마 '혼'을 통해, 윤은혜는 오는 19일 KBS 2TV 수목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를 통해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보편화와 다양한 개성을 선호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독창적인 스타일과 이색적인 캐릭터로 무장한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한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튀는 입담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노홍철의 경우 개그맨이기도 하고 때론 MC나 패널로 활동한다. 어느 하나의 장르로 분류할 수 없는 종합 엔터테이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