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현의 대를 이어 '셔틀콕의 여왕'으로 명성을 떨쳤던 라경민(33)이 은퇴 2년 만에 복귀한다.



대교스포츠단은 20일 "라경민이 친정팀 대교눈높이 플레잉코치로 재입단해 다음달 6일 개막하는 가을철종별선수권대회부터 출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8년간 혼합복식 단짝으로 호흡을 맞춘 김동문(34)과 결혼해 화제에 오른 라경민은 2007년 2월 은퇴한 뒤 남편을 따라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다.



라경민은 현재 아들(3세)과 딸(1세)를 둔 엄마로 캐나다의 '김동문 인터내셔널 배드민턴 아카데미'에서 캐나다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배드민턴계에서 두 자녀를 둔 여자선수가 은퇴 뒤 복귀한 경우는 처음인 데다, 라경민이 세계적인 선수 출신이어서 관심이 모으고 있다.



라경민은 왜 이런 깜짝쇼를 벌이게 됐을까. 이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향후 전망 등을 살펴봤다.







못다한 '올림픽금' 미련 때문에…
캐나다 대표 지도하며 복귀 별러 … 체력 회복이 변수

 ▶라경민 선수 복귀 왜?

라경민은 아쉬움을 남기고 코트에서 물러났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김동문과의 혼합복식에서는 8강에 그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은 실패였다. 아테네올림픽 이전까지 혼합복식에서 국제대회 70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이란 세계 배드민턴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수립했다. 1999년과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라경민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한으로 남았다. 2년전 은퇴 당시 결혼도 했고, 나이도 있으니 아쉬움만 품고 떠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트를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 캐나다에서 국가대표를 지도하며 꾸준히 라켓을 잡으면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미련이 더욱 커졌다. 그래도 먼저 은퇴를 번복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단다. 고민만 거듭하고 있을 때 대교눈높이가 절묘한 시기에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선수 복귀 어떻게 진행됐나

라경민이 복귀를 결심한 것은 5개월 전이다. 대교눈높이 선수단은 지난 3월 전지훈련 겸 캐나다를 방문해 김동문 아카데미와 합동훈련을 했다. 당시 선수단을 인솔한 성한국 감독은 라경민에게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음을 감지하고 넌지시 복귀를 권했다. 성 감독은 "처음엔 그냥 한 번 던져본 말이었는데 라경민의 의지가 예상보다 강했다"고 말했다. 라경민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대교눈높이는 은밀히 라경민 복귀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난달 말 협회를 통해 선수 등록 작업을 마쳤다.

 ▶다시 통할수 있을까?

라경민은 다음달 3일 귀국한 뒤 6일부터 열리는 가을철종별선수권과 10월 전국체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일종의 예비 테스트다. 서명원 대교스포츠단 단장은 "두 대회를 통해 라경민의 복귀가 가능한지 점검한 뒤 국가대표 선발전 도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자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에 두 자녀를 둔 엄마가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기량면에서는 아직도 라경민을 따라갈 현역 선수가 없다는 게 배드민턴계의 평가다.

꾸준히 선수를 지도하며 라켓을 잡았다고 하지만 전성기 때의 체력과 신체 밸런스를 회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성 감독은 "라경민은 역할 분담을 하는 복식 전문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단점을 노련미와 기량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신체조건(1m75, 65kg)을 감안하면 올림픽 재도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