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면서도 힘이 좋다"
현대자동차(005380)의 첫 국산 하이브리드 양산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이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친환경에 방점을 두고 개발됐기 때문에 성능이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은 여지없이 깨졌다.
지난 8일 경기도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열린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보도발표회 및 시승행사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 `조용한 강자(强者)`의 탄생을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 "힘이 약하다고? 마력 더 높아져"
기자가 시승했던 모델은 기본형인 `HDe-I`.
시동을 걸자, 엔진소리가 너무 조용한 나머지 하이브리드차의 고유 음원인 `징글음`이 더욱 부각될 정도였다. 함께 동승했던 연구원은 "모터를 이용해 엔진 시동을 걸기 때문에 가솔린차보다 정숙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가속페달을 밟자 클러스터에 배터리 보조 눈금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작동하며 힘있게 출발한다.
연료가 많이 소모되는 출발이나 가속단계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작동해 연료는 아끼고 추진력은 높인다. 또 감속·제동시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차는 힘이 약할 거란 선입관은 기우에 불과했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시간)은 11.7초로 기존모델(12.0초)보다 빠르다. 꼬불꼬불 국도를 달릴 때의 코너링도 부드러웠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엔진 최고출력은 114마력. 아반떼 가솔린 모델(124마력)보다 수치상으론 낮지만 전기모터가 20마력 만큼을 보조해 주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모델보다 강력한 셈이다.
`D`모드 옆에 경제운전(E)모드가 따로 있어 운전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모드로 전환하자, 마치 SUV를 운전할 때처럼 가속페달을 밟으면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하지만 E모드에서는 연료소비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까지 줄일 수 있는게 장점.
◇ 1600원 주유로 38.5Km 주행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1600원 주유로 38.5Km를 달릴 수 있는 연비다.
서울-부산 간 400km를 연비가 15km/ℓ인 가솔린 모델로 간다면 약 4만3000원어치의 주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약 40% 수준인 1만7000원 정도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 아반떼 LPi하이브리드 경제운전계기판 모습실제 25km의 시승코스를 주행한 뒤에도 13칸인 연료게이지는 겨우 한 칸 정도만 줄었을 뿐이었다.
정차 시 엔진이 자동으로 정지됐다 출발 시 재시동이 되는 `오토스톱` 기능으로 공회전을 줄여 아낀 기름은 0.106리터(엔진 정지 시간 4분17초)라고 표시됐다.
하지만 중형급에선 거의 일반화된 평균연비를 표시하는 계기판이 없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동승했던 연구원은 "가속, 날씨 등 운전 환경에 따라 연비가 천차만별로 나오기 때문에 평균연비 계기판을 장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르막 길에서 정지할 때 시동이 꺼져도 `밀림방지시스템`이 작동, 안심하고 차를 정차할 수 있었다.
`오토스톱`기능이 적용돼 정지 시 엔진이 꺼지자 에어컨도 자동적으로 꺼졌다.하지만 냉매에 차가운 공기가 있는 동안은 찬 바람이 계속 나온다. 더운 날 막힌 시내주행에서 오토스톱 기능으로 에어컨이 꺼지는 게 걱정이라면 핸들 왼쪽 아래 있는 `오토스톱 정지`버튼을 누르면 된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심장만 바뀐 것이 아니라 외모도 달라졌다. 디자인도 연비 제고에 맞추면서 유선형 몸매를 더 살렸다.
트렁크는 약간 좁아진 느낌. 뒷자석 뒤에 차량 내 전기장치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컨버터, 180V의 고전압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일체화된 패키지 등이 자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