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교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말하는 '유불선(儒佛仙)' 혹은 '유불도(儒佛道)'라는 '공식'은 잘못이다. 도교는 한국에서 제대로 수용된 적이 없었다. 한국 종교의 공식은 토착신앙인 무교(巫敎)를 포함한 '무불유(巫佛儒)'가 되어야 한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27일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열리는 '한국은 작은 중국인가?-한·중 문화의 연속과 변용' 학술대회에서 "개항기 이후 신(新)종교와 기독교가 가세하기 이전 한국 역사에서 무교는 기층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며 "한국의 종교는 삼국부터 고려까지는 '무불유(巫佛儒)', 조선시대는 '무유불(巫儒佛)'이라는 공식을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에 따르면 고대 한국인들이 신봉했던 종교는 샤머니즘(무교)이다. 단군왕검은 샤머니즘적 사제를 겸한 정치 수장(首長)이었고, 신라초기 임금을 뜻하는 '차차웅'은 신라말로 무당을 뜻했다. 이후 불교와 유교가 수입되면서 세력이 줄어들지만 무교는 항상 보완적인 종교로서 기능했고, 이러한 경향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마을 굿이나 풍어제(豊漁祭) 같은 무교 행사는 이제 국가 무형문화재가 되기에 이르렀다.

최준식 교수는 유·불·도 중 도교는 "한국에서는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려초기 도교 계통의 신을 제사하는 '태일초(太一醮)' '노인성제(老人星祭)' 같은 제사가 있었고, 왕실 중심으로 도교 의례가 행해졌지만, 중국과 비교할 만한 도교 관련 교단·사원·경전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민속·공예·복식·건축·언어·음식·음악 분야에서도 한국과 중국 문화의 연속성과 단절성을 검토하는 논문이 발표되고 토론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