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30일 0시30분. 서해 바다 갯벌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씨랜드청소년수련원'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컨테이너 박스에 스티로폼을 엉성하게 덧대 만든 허름한 숙소에서 잠자던 5~6살 유치원생 19명이 불길에 휩싸여 비명에 숨졌다.

'화성 씨랜드 참사' 10주기를 맞아 오는 29일 어린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이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현장에 분향소를 차리고 합동위령제를 지내기로 했다. 해마다 기일에 맞춰 부모들이 추모행사를 열긴 했지만 현장에 모여 분향소를 차린 적은 없었다. 사고지역이 사유지라서 추모행사를 번듯하게 치르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현재 참사가 벌어진 수련원 건물은 철거되고, 시멘트 바닥만 남은 상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불을 덮고 자다 변을 당한 301호 자리에 단을 마련하고 아이들 사진을 놓은 뒤 꽃다발을 놓고 향을 피우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줄 계획이다.

이어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로 이동해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그 후 어린이 안전문화 10년'을 주제로 어린이 안전문제를 짚어보는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사건 당일인 30일에는 송파구 어린이안전교육관에서 10주기 공식 추모식이 열린다.

씨랜드 참사로 아이를 잃은 고석(47)씨와 이경희(55)씨는 유족들이 내놓은 사고보상금을 토대로 지난 2000년 설립된'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운영 중이다. 고씨와 이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각각 재단 대표와 관리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부모들 대부분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겪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부부가 결별 위기까지 갔던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그때 초등학생이던 딸 둘이 어엿한 대학생이 돼서 29일 위령제에 함께 가기로 했다"며 "부모들끼리 서로를 보듬어주며 꿋꿋이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법규가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다"며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아이들이 떠나면서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영근 화성시장은 "10년이 흘렀지만 씨랜드 참사와 관련해서 화성시는 여전히 유족들과 국민들께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유족의 의견을 들어 이 일대에 상설 추모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