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야구는 타고투저(打高投低)가 대세다. 그래도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투수들, 즉 에이스는 있기 마련이고 에이스들은 저마다 '필살기'를 갖추고 있다. 투수의 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프로야구 1군 심판 20명 전원을 대상으로 구질(球質)별로 최고 실력자를 물어봤다.

직구

흔히 직구(直球)라고 말하지만 '패스트 볼(fastball·빠른 볼)'이 맞는 말이다. 야구공 솔기(seam) 4개를 가로질러 잡는 것을 포심(four seam) 패스트 볼이라고 하고, 솔기를 직선 방향으로 2개만 잡고 던지는 것을 투심(two seam) 패스트 볼이라고 한다. 심판들이 뽑은 가장 위력적인 빠른 공 투수는 두산 임태훈이었다. 20명 중 8명이 표를 던졌다. "요즘 그런 강속구는 좀처럼 볼 수 없는데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라는 것이 심판들 얘기다. 임태훈의 팀 동료 이용찬(5표)과 WBC 스타 류현진(한화), 윤석민(KIA·이상 4표)의 강속구도 위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슬라이더(slider)

중지에 솔기를 걸고 강하게 회전시켜 던지는 변화구로 커브보다는 속도가 빠른 대신 변화의 각은 작아 미끄러지듯(slide) 들어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 최강의 슬라이더 투수는 전체 심판의 90%인 18명이 뽑은 윤석민이다. 스피드도 시속 140㎞ 초반까지 나오며 떨어지는 각도가 예리하다는 평이다.

커브(curve)

볼을 잡는 그립은 슬라이더와 비슷하지만 엄지손가락으로 튕기듯이 볼을 돌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종(縱)적인 변화를 얻는다. 심판들이 말하는 국내 '커브 달인'은 삼성 정현욱. 모두 11명의 선택을 받았다. SK 김광현(7표)이 2위.

체인지업(change-up)

패스트 볼과 똑같은 팔 동작으로 던지지만 속도가 느려 타자들이 가장 잘 속는 구질이다. 보통 엄지와 검지를 둥근 원(circle)을 만들어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과,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뺀 나머지 세 손가락을 주로 이용하는 스리 핑거(three finger) 체인지업이 많이 사용된다. 류현진(7표)과 윤석민(6표)이 체인지업의 대가(大家)로 꼽혔다.

포크볼(fork ball)

야구공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서 던지는 볼. 패스트 볼에 비해 회전이 훨씬 적기 때문에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게 되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삼성의 외국인 투수 크루세타와 롯데 송승준이 5표로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컷(cut) 패스트 볼

커터(cutter)라고도 한다. 슬라이더와 패스트 볼의 중간 형태로, 스피드는 빠른 볼에 버금가면서 타자 앞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가 유명하다. 국내에선 KIA 윤석민(8표)과 팀 동료 구톰슨(5표)의 컷 패스트 볼이 가장 좋다고 심판들은 말한다.

종합 1위는?

심판들의 선택은 류현진(9표)과 윤석민(8표)으로 갈렸다. 봉중근은 3표를 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류현진과 윤석민 모두 현재 상태는 좋지 못하다. 류현진은 다승에선 선두와 2승 차이지만 평균자책점은 3.83로 10위권 밖이다. 윤석민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2승(3패7세이브)에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3.59를 기록중이다.

◇설문에 참여한 KBO 심판(경력 순)

오석환 임채섭 최규순 나광남 문승훈 김병주 김풍기 최수원 강광회 전일수 이영재 박기택 우효동 이민호 원현식 박종철 박근영 윤상원 김성철 추평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