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정책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담당한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했다고 하고, 시중에 자금을 풀 때는 연방은행(Federal Reserve Banks)이 동원된다고 보도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이 가운데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미국의 중앙은행은 우리나라와 달리 민간 기구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

뉴욕=박종세 특파원

A: 역사적인 이유로 매우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세 가지 기구를 모두 합친 시스템입니다. 영어로는 연방준비제도시스템(Federal Reserve System)으로 불립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기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이고, 이를 집행하는 실무 역할을 12개 연방은행이 담당합니다. FRB가 머리라면 연방은행은 손발인 셈입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 등을 결정할 때만 모이는 일종의 회의체입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소속 7명의 이사와 12개 연방은행 가운데 5명의 총재가 참석합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성격을 지녔습니다. 조직의 성격으로 보면 FRB는 정부기구, 연방은행은 민간기구에 가깝습니다. FRB 의장과 부의장 등 이사들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고, 미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연방은행은 각 지역 민간 은행들이 자본을 내서 만든 기구로 연말이면 배당도 합니다. 하지만 민간 은행들은 자본을 냈을 뿐 의결권이나 통제권은 없고, 오히려 각 연방은행의 감독을 받습니다. 이 연방은행은 철저히 FRB의 지시를 받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복잡한 중앙은행 시스템을 갖게 된 것은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미국은 따로 중앙은행이 없는 상태에서 대공황 전에도 은행이 도산에 몰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고, 그때마다 JP모간 등 민간 대형 은행이 나서서 해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미국의 은행들은 기존의 연방 형태를 유지하고, 일방적으로 정부가 지배하는 체제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와 같은 형태의 연방준비제도시스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