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영화 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특유의 어둡고 비관적인 시선과 비장한 분위기로,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시리즈 중에서 1편을 가장 애호하는 편이다.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액션’이다. 보는 사람의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강력한 액션은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한데, ‘그 시대 최고의 SF액션’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물이라기보다는 호러물에 가까웠던 가 세상에 나와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한 지 6년 만에 네 번째 시리즈인 이 개봉됐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근육남 아놀드 형님이 주연으로 나오지 않는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어도 용서가 되지만, 에 아놀드 스왈제네거가 없다니, 람보가 들으면 림보춤을 추며 따발총을 갈길 일이다. (뭔 소리지? ^^;)
하지만 아놀드가 빠진 자리를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메우며 오히려 영화의 기대치를 훨씬 더 높여놓았다. 지난 3편으로 아놀드의 상품성은 물론,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신뢰도마저 확 낮아진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갖기에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카드는 충분해보였다. 그리고, 확실히 그는 온 몸 바치는 연기로 개런티 값을 해낸다. 더불어 한층 더 발전된 CG 기술은 액션 블록버스터의 최선봉에 위치한 영화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든든히 주인공을 받춰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가 라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액션은 음식으로 치자면 소금과 후추, 그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 의 생명은 그 특유의 탄탄한 설정과 묵시록적인 분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 영화는 그 부분을 상당히 간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는 와중에 를 보는 건지, 를 보는 건지 헛갈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존 코너가 홀로 스카이넷의 본부에 침투할 때 비디오게임 를 보는 것 같았다.)
확실히 이 영화는 런닝타임 115분이 바람처럼 지나가는 청룡열차 같은 영화다. 관객들이 받아야할 것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충분히 선사해준다. 하지만 단지 빠른 속도감만을 원했다면 20세기 영화사에 있어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라는 소재를 굳이 비싼 돈 주며(더불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상처를 줘가며) 가져다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즐거운 영화감상이긴 했지만, 결국 나는 극장을 뒤돌아 나오며 영화의 내용보다 영화 볼 때 먹었던 팝콘의 맛이 더 기억나는 씁쓸한 경험을 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내 방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통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 맥지에 대해 찾아봤다. 대표작이 란다. 그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