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이 해외 주요 애니메이션 제작&배급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수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프랑스 칸에서 개최 된 'MipTV 2009'에서 국내외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와 ‘치로와 친구들’은 세계 각 국의 방송사에 판매돼 약 28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고, ‘선물공룡 디보’, ‘냉장고나라 코코몽’ 등 다양한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선전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내 애니메이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안방 TV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일본산 일색이다. 다양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EBS 등의 채널을 통해 TV로 방영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러닝타임 30분 이내의 유아용으로 실제 전파를 타는 시간이 길지 않고 그 편성시간도 한정되어 전체 비율상으로는 일본산 애니메이션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의 대표 애니메이션 채널인 투니버스가 밝힌 자사 인기 프로그램은 ‘명탐정 코난’, ‘개구리중사 케로로’, ‘짱구는 못 말려’로 1~3위 프로그램이 모두 일본산이다. 그나마 최근 시리즈물로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는 ‘아기공룡 둘리’가 4위에 올라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케이블 애니메이션 채널인 챔프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중인 프로그램은 일본 아사히TV에서 제작된 ‘도라에몽’으로 ‘도라에몽’, ‘도라에몽VS도라에몽’, ‘신 도라에몽’ 등 관련 시리즈가 오전 8시, 오후 5시 등 주요 시간대에 편성 집중적으로 방영된다. 챔프는 지난 2006년 ‘도라에몽’을 편성한 이후 현재까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꾸준히 방영하고 있다.
현재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일본산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1980~1990년대에 제작된 것들로, 일본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아따맘마’의 엄마는 일본식 요리법을 강연하고, 변발의 도깨비가 등장하는 ‘도라에몽 명작극장’은 일본 전래동화 패러디 버전이다. 일본 전통의 다다미방과 고타츠(탁자 난로)는 물론 유카타와 훈도시 차림의 캐릭터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애니메이션의 주 시청 층이 어린 아이들인 것을 감안할 때, 하루 종일 1980~90년대의 일본 만화를 접하며 일본 문화에 물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정작 우리 것은 몇 할이나 차지할 수 있을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전래동화를 각색하여 공전의 히트를 친 무도사 배추도사의 ‘옛날 옛적에’를 비롯해 ‘머털도사’, ‘달려라 하니’, ‘날아라 슈퍼보드’, ‘꼬비꼬비’ 등 한 시절을 풍미하고 묻혀져 버린 우리 만화의 재발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