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나올 때만 해도, 한동안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권상우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은 ‘세상의 모든 간지’의 대표 같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정일우는 20대 모든 여성들의 ‘꿈의 동생’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기세는 예전 같지 못하다. 개인 발언이 안티를 불러모았을 수도 있고, 차기작을 고르는데 실수한 이도 있으며, 아직 ‘아이 티’를 제대로 벗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큰 성공 이후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 대체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돌 스타인 경우, 단 한번의 스타일링 실수로도 어린 팬들로부터 ‘구리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다. 그들은 언제나 “그 화장은 누구 거”, “그 스카프 누가 어디서 하고 나왔던 거’ 같은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과연 우리의 구준표, 이민호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싱글 앨범과 CF 작업이 같은 컨셉으로 진행되는 ‘Extreme’ 프로젝트를 보자. 싱글 음반의 기원이 CF음악이었다는 태생적 한계는 그렇다 치자. 흰색과 검은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수트, 반짝반짝 클럽룩 어느 것을 입었을 때도, ‘그래 이민호 옷발 좋구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블랙패션에 스모키화장, 그리고 굵직한 얼굴선. 얼핏보면, 좀 살찐 TOP 이미지라고나 할까.(심지어 다른 사진에서는 ‘빅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끈 ‘하운드체크 머플러’를 하고 나와 경악하고 말았다)

사실 ‘오다기리 조’이후 수많은 남자배우들, 심지어 뽀사시한 매력의 장근석까지도 헝클어진 꽁지머리로 남성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스타일링이 바로 그 스타일이다. 스모키 화장과 맞추기 위함이었는지, 제시카 고메즈의 까무잡잡한 피부색과 맞추기 위한 것이었는지, 이민호 역시 평소보다 어두운 톤으로 화장을 했다. 때문에 이 스타일링을 통해 얻은 이민호의 이미지는 남미산 종마 같은 분위기?

광고 목적이 오로지 상품에만 집중시키는 것이었다면 이 광고는 혹시 성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민호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건 아니올시다. 이 광고로 이민호가 보여준 ‘스타일적 매력’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구준표 소라머리’의 충격에 비견할 만한 스타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광고는 이민호의 순수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좀 약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더 쎈 걸로”라고 주문해 나온 스타일이 이 스타일일 듯.

사실 이민호는 선이 굵은 진정 남자 스타일의 배우다. 그럼에도 동시에 맑은 미소를 갖고 있고, 대사가 자연스러워 그야말로 ‘트렌디드라마부터 주말극, 심지어 부부클리닉까지’까지 앞으로 40년은 연기를 해도 괜찮을 기본을 가진 배우에 속한다.

이민호는 중후하게 늙는 남자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한 배우다. 그런 배우의 토양을 가진 배우라면, 소속사나 주변에서 좀 더 '비전'을 갖고 스타일링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
 
얼굴이 좀 커보인다는 단점에 반해, 아주 쭉 뻗은 다리를 갖고 있는 이민호가 단정하면서도 트렌드에 빠지지 않는 '비틀스'의 모즈 룩(Mods Look)을 시도했다면? 머리를 확 쳐 올려서 또렷한 얼굴 선을 더욱 부각시키고, 대신 슬림핏의 수트로 바디 라인을 강조하는 스타일 말이다. 아주 화려한 그림에 어울리는 액자는 아주 단순한 색과 형태이듯 말이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