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장

얼마 전 춘천으로 봄바람을 맞으러 다녀왔다. 소양강 근처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에서 한 그릇 뚝딱 먹고 근처 소양강댐으로 향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모처럼 산책다운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자 칸칸이 붙어 있는 음식점 앞에 선 아주머니들의 호객소리가 들려왔다. 넘치는 아주머니들의 카리스마에 눌려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며 종종걸음으로 빨리 지나가려던 차였다.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한 아주머니의 외침. "아저씨, 반응 좀 보여요! 반응 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광고로 밥벌이를 하는 나는 그동안 반응 보일 의사도 없는 소비자들을 향해 무턱대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를 보고 좋다, 싫다가 아니라 무관심과 무반응뿐이라면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이다. 가장 무서운 벌은 무관심이고, 학교폭력보다 무서운 것이 '왕따'라고들 한다. 소비자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시큰둥하다면 광고장이들은 가장 무서운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홍수 속에서 무반응과 무관심은 점점 더해지기 마련이다. 나 또한 광고를 만들면서 누가 누가 더 크게 소리치는가 시합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이든 가족이든 친구관계든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들의 속내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햇살 따스한 봄이다. 사람들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나만의 햇살은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