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관 출판팀장

영화를 보고 나면 여러분들은 어떤 기억이 남습니까. 작품의 성격에 따라(또는 사람에 따라) 스토리 라인이나 몇몇 장면이, 또는 공간적 배경이, 아니면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음악이 어쩌면 평생까지도 남겠지요.

《미저리》(1990)라는 화제작을 아시겠지요. 자동차 사고로 부상당한 인기 추리작가가 자신의 열성 여성팬에게 감금되면서 벌어지는 광적인 사건을 다룬 스릴러지요. 이 영화에서 제게 가장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외출에서 돌아온 싸이코 여자의 손이 탁자 위의 목각 인형(탈출을 시도하던 남자가 떨어뜨렸다가 올려 놓은) 방향을 원래대로 살짝 트는 모습이었습니다. 곧 벌어질 피의 응징(?)을 예고하는 매우 쿨한 화면이었지요.

《미저리》의 원작자는 스티븐 킹(1947~)입니다. 《캐리》 《샤이닝》 《쇼생크 탈출》 등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엄청난 히트를 친 베스트셀러 제조기이지요. 킹은 자신의 창작 노하우를 담은 책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를 내기도 했지요. "세상에는 형편없는 글쟁이들이 수두룩하며, 그들이 지나간 길에는 부사(副詞)가 범람하고, 목석 같은 등장인물이 즐비하고, 지긋지긋한 수동태 문장들이 우글거린다"고 일갈하지요.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필독을 권합니다. 술술 아주 잘 읽힙니다.

창작 노하우와 관련된 책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리더로서의 글쓰기에 포인트를 맞춘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웅진웰북), 글을 잘 짓는 101가지 팁을 담은 《뮤즈를 기다리지 말자》(천년의시작), 글 쓰는 요령과 연습문제까지 실은 《글쓰기 필수 비타민 50》(페이퍼로드), 중진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는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푸르메) 등이 대표적인 신간입니다.

어떤 책을 참고로 하든 결정적인 건 꾸준히 쓰는 것이겠지요. 스티븐 킹의 말입니다.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낱말로는 2000단어쯤 된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쓰면 18만 단어가 되는데 그 정도면 책 한 권 분량으로는 넉넉하다. 정말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는 2000단어를 다 쓰지 않고 중단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부디 태산(泰山)처럼 앉아서 쓰고, 또 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