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가격 움직임과 흐름을 같이해오던 분당 신도시의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강남발 가격 상승기조에 분당 역시 저가매물 위주로 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기 신도시 중에서는 유일하게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돼 일부에선 바닥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분당 아파트 단독 상승

부동산 조사연구기관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는 1기 신도시 5개 지역의 1월1일과 비교해 매매가 변동률은 분당이 0.24%로 단독 상승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중순경부터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을 꾀하기 시작한 것. 주로 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매물가격의 하한선이 상향 조정됐다.

반면 나머지 산본(-1.18%), 일산(-1.19%), 중동(-0.77%), 평촌(-0.80%)은 모두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들 지역은 전반적인 경제침체와 더불어 예년과는 다른 썰렁한 봄 이사시즌이 연출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 같은 분당신도시의 가격 회복 신호탄이 본격화된 것은 2009년 1월 말부터다. 1월 초부터 시작된 강남 아파트 일대 가격 상승세는 재건축 위주로 번진 탓에 분당 내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판교신도시 입주마저 맞물리면서 매물출시가 줄을 잇자 가격 하락세는 더욱 깊어만 갔다. 하지만 지난 1월21일 판교 내 중대형 마지막 청약물량인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이 평균 27.8대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가 마감되면서 분당의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2기 신도시인 판교의 예상 밖 청약광풍에 1기신도시인 분당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항공기에서 찍은 분당 대규모 아파트 단지 모습. 최근 분당 아파트 가격은 연초와 비교해 반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짝 상승에 그칠 수도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급매물을 찾는 투자수요와 실수요자들의 발길은 꾸준한 편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상승세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분당구 서현동 하나공인 송태영 공인중개사는 "강남아파트가 오르면서 이곳도 예전 가격으로 곧 회복되리란 기대감에 투자수요자들의 발길이 꾸준한 편"이라며 "하지만 매도인과 매수인간 가격 조정 눈치보기가 심해 거래는 많지 않다"라고 전했다.

또 분당구 정자동 스마일공인 김정숙 공인중개사는 "최근 매물가격이 연초보다 5~10%가량 오른 가격에 출시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호가에는 매수세가 따라붙질 않아 거래가 귀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남 재건축 시장에 국한된 주택경기 회복에 분당 집값이 대세상승으로 이어질지, 반짝 상승에 머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 리서치팀장은 "금리인하 등의 각종 경기부양책이 발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경기지표의 회복 없인 단기 급등에 그칠 수 있다"라며 "분당의 경우 봄 이사시즌이 마무리되는 3월 말부터는 다시 하락세를 띠기 시작하며 거래 당사자들의 짙은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분당구 서현동 시범현대 69㎡(21평형)는 연초 3억2000만~3억8000만원에서 4개월 동안 4250만원가량 상승해 3억5000만~4억3500만원 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지난 1~2월 사이 급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이후 3월 들어서는 매수세가 수그러들어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다.

분당구 분당동 상우공인 박성호 대표는 "급매물이 모두 빠진 현재는 '바닥 다지기'라고 볼 수 있다"며 "추격 매수세가 뒤따르지 않는 한 대세상승은 어렵겠지만 급매물 출시가 이어진다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