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칭한 ‘짝퉁’ 때문에 고생했던 가수 박상민이 법정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판사님, 우리가 정말 닮긴 했습니까?”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법정 발언 이후 정말 슬펐던 것은 대중의 반응이었다. 5년 넘게 인권을 유린당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코미디 같은 ‘짝퉁 사건’의 주연이라는 이야기들이었다.
"사람들은 '짝퉁'을 가지고 너무 심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요. 우리 사회가 인권에 대해 얼마나 경박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 마디 하라는 판사님 말씀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외려 우스갯소리를 했더니, 사람들은 그마저 재미있다고 웃더군요."
모방 가수라고 밝히지 않고 박상민 행세를 하며 공연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7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지난 1월말 연예계 전대미문의 사건은 대법원 판결로 그렇게 막을 내렸다.
며칠 전 녹음실에서 만난 박상민은 그간 말하지 않았던 악몽의 5년을 복기했다.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카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삼촌, 플래카드가 대문짝 만하게 걸렸네. 근데, 이런 곳까지 와서 일해?” 문자와 함께 보내온 사진에는 이름이 명시되지 않은 채 누가 봐도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진이 걸린 플래카드가 있었다. 서울 외곽의 한 캬바레였다. 박상민은 조카의 문자를 보고 “나도 이미테이션 가수가 생길 만큼 인기가 있구나”며 내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소회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알고 지내는 한 여성 팬은 “지난 번 영동 축제 공연에서 봤다”며 박상민의 손을 덥석 잡더란다. 아무리 기억해도 그 축제에는 간 일이 없는데 그는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걸려오는 전화. 그것은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며칠 전 박상민을 보았는데 눈을 마주치고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냐는 식의 성토 전화는 수십 통도 더 받았다.
박상민은 순간 겁이 덜컥 났다. 그렇게 걸려온 전화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 수 있겠지만, 걸려오지 않은 전화는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박상민을 아는 사람은 “잘 나간다”고 거만해졌다며 불쾌해 할 것이 틀림없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쭈뼛 서는 일이었다.
박상민이 이 사건으로 11집 음반을 내놓고도 제대로 활동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도 아니었다.(지금 그는 12집 작업 중이다.) 평택의 한 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그를 키운 어머니의 칠순 잔치도 무산됐다. 자식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무슨 잔치냐며 어머니가 한사코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었다.
가요계 의리의 사나이로 정평이 나있는 박상민의 이번 판결이 한낱 코미디 같은 뉴스로 알려졌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엄연한 인권 유린의 ‘칼바람’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