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여름, 봉사활동을 하러 일본에 가게 됐다. 그 인연이 히로사키대 교환학생으로 다시 일본을 찾게 만들었다. 낯선 환경에 허둥지둥 대던 생활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30~40㎝씩 쌓인 눈을 보고도 담담해질 만큼 어느새 유학생활이 몸에 익었다.

대학은 일본의 동북지방에 있는 아오모리 현, 히로사키 시에 위치해 있다. 일본에서 벚꽃이 아름답기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다. 작은 규모에 비해 국제화 프로그램이 잘 정비돼 있는 대학이다. 세계 20개국의 34개 대학교와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학술교류를 하고 있는가 하면, 근처 아시아 지역에서부터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지역의 학교와도 교류를 맺고 있다.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초급자들부터 일본어가 유창한 상급자들까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급수의 일본어 수업도 있다. 유학생들을 위해 2개 국어 수업을 운영하는데, 일본어를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들과, 영어를 공부하는 일본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매 학기 만원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히로사키대는 유학생들에게 자국과 지방 고유의 문화를 가르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도, 요리, 음악에서부터 초등학교 수업에도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것은 호스트 패밀리 프로그램이다. 외국문화에 관심이 있는 지역의 가정과 유학생들을 후원가족으로 맺어 일본생활과 문화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 일본가정에게는 외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로 돕는 취지로 시작됐다. 민간 문화교류의 다리역할을 지역의 대학이 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은 이뿐만 아니다. 학생 한 명당 담당선생님 두 분과 튜터라고 불리는 일본인 학생 한 명이 학교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수도, 인터넷, 의료보험 등 생활에 필요한 것까지 세심하게 보살펴 준다.

류현수 일본 히로사키대 인문학부

일본의 대학교, 특히 히로사키대는 대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대학축제인 '문화제'때는 대학생들보다 가족단위로 놀러 온 지역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심지어 그들의 공연은 대학 문화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학생과 유학생, 그 유학생의 호스트 패밀리가 같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술과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 일색인 한국의 축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지역거점 대학으로 사회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런 모습들은 학교와 그 지역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해준다. 그로부터 나오는 무형의 힘들은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학교, 나아가 그 지역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는 분명 바람직한 일이고, 우리나라의 대학교에서도 배울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시험을 마치면 유학생활의 절반이 지난다. 하루하루가 참 빠르다고 느껴져 아쉽지만, 아직 '절반이나' 남은 이 유학생활이 어떤 경험으로 채워질지 더욱 더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