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 농성현장 화재 사망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9일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불을 낸 책임을 물어 농성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 회원 등 5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대해선 화재에 직접 책임이 없고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진압작전도 적법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민주당은 "남은 방법은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검찰수사를 비판했다.

시민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경찰로선 농성자들이 대로변 건물을 점거한 채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는 사태를 방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점거 농성자들이 던지고 쏜 화염병과 새총알에 시민이 크게 다치기라도 했더라면 그 책임은 명백히 경찰에 돌아간다. 이런 이유로 경찰의 진압작전을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으로 보고 그 책임을 경찰에 물을 순 없다. 물론 경찰의 진압작전이 서툴렀던 것은 사실이다. 시너병 등 화염 물질을 가득 쌓아놓고 뿌려놓은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 확보했더라도 진압작전의 방법은 달라졌을 것이고 어쩌면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따라서 진압작전의 적법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서 경찰 지휘선상에 있었던 인물들은 상황 판단의 정확성과 대응 방법의 적합성과 관련한 일정한 책임을 지고 있다. 진압작전은 적법(適法)했다는 것이 그 작전이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는 말은 아니다. 적절치 못하고 비효율적 방법으로 수행된 진압작전으로 부하 경찰관이 숨지고 불법농성 중이었다 해도 시민들이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면 경찰의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게 도리다.

재개발을 둘러싼 격렬한 충돌은 매년 되풀이됐다. 전철연이 개입한 굵직한 망루 농성만 꼽아도 1995년 용인 수지, 1997년 동대문 전농동, 1999년 수원 권선구, 2002년 노량진 상도동, 2003년 고양 풍동, 2005년 오산 세교 등에서 있었다. 그때마다 화염병·골프공 새총·사제(私製) 총·사제 박격포·LP가스통·불화살 같은 것이 난무했다. 용산4구역도 2006년 4월 재개발구역 결정고시가 난 후로 끊임없이 철거민 농성과 집회가 이어졌다. 야당은 정부를 규탄하기 앞서 자기들 집권(執權) 10년 동안 재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뭘 했던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정부나 국회, 지자체 등이 나서 재개발조합과 세입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는 절차나 제도를 만들었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용역업체가 "너는 목이 철로 됐냐"며 세입자 점포 앞에 썩은 생선을 뿌리고 세입자 상인은 화염병을 던져 맞서는 일이 되풀이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곳곳에서 철거용역업체와 세입자가 충돌하는 것을 '사인(私人)끼리 일'이라며 구경만 해왔다.

불법 농성에 나선 철거민들, 그리고 그 불법을 진압할 수밖에 없었던 경찰은 이런 정부와 정치인들의 직무유기 때문에 피할 수도 있었을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는 같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의 진짜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물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