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숨가쁘게 역기를 연속동작으로 들어올린다. 허리 높이에서 가슴까지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12회 정도 반복하는 훈련이다. 최고의 근력을 가진 그조차 "끄이, 끄이" 하면서 숨을 헐떡거렸다.

잠시후 이승엽이 기자에게 말했다. "두개만 들어보이소, 두개만. 아니, 반대로 잡아야죠." 역기를 한번 들어보라는 얘기였다. 시도했다. 뭐, 예상했던 바다. 한번도 제대로 못들었다. 얄밉게도 이승엽은 옆에서 깔깔 웃고 있다. 창피했지만 한편으론 이승엽이란 선수가 어떤 무게를, 어느 정도의 고통 속에서 훈련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역기는 바를 포함해 37㎏짜리였다고 곁에 있던 오창훈 세진헬스 관장이 귀띔해줬다.

요미우리 이승엽이 매일 진행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의 극히 일부분이다. 아침 10시 남짓한 시각에 세진헬스에 도착하면, 이승엽은 2시간여 동안 8~9가지 웨이트트레이닝 스케줄을 거친다. 덤벨이든, 바벨이든, 한 '종목'당 한번에 12회씩 들었다 내리는 걸 3~4회 반복한다. 겨울철 이승엽의 몸관리를 돕고 있는 오창훈 관장은 옆에서 꼼꼼하게 횟수를 기록한다. 그가 들고 있는 파일에는 이승엽이 매일 어떤 운동을 몇회씩 했는지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중요한 건 이같은 훈련량이 과거에 비해 강도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2004년 11월 이승엽이 처음 세진헬스에서 훈련하기 시작한 뒤 한때는 50㎏까지 들었다고 한다. 물론 스쿼트(역기를 등에 올리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의 경우엔 200㎏까지 올린 적도 있다.

또다른 운동으로 숨이 가빠진 이승엽은 "근육이 안 생긴다. 관장님이 근육 생길 틈을 안 준다"면서 홀겨봤다. 오창훈 관장은 "승엽이 경우엔 근육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근육의 강도를 키우는 게 주목적이라 보디빌더 보다 횟수는 많게, 그리고 빠르게 동작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년여 세월 동안 이승엽은 겨울철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에 몸이 나무토막처럼 단단해졌다. 오창훈 관장은 "웬만큼 웨이트를 한 사람도 근육을 눌러보면 쑥 들어간다. 그런데 승엽이는 근육을 눌러보면 배트처럼 온몸이 단단하다"고 말했다. 꾸준한 훈련 덕분에 최고의 하드웨어가 구축됐다는 뜻이다.

이승엽은 "솔직히 나이가 들어가니까 조금씩 무게가 약해진다. 하지만 힘에선 자신있다. 내가 힘 때문에 야구가 안되는 사람은 아니다. 컨택트 능력이 떨어졌고 일본 투수들과의 수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년간 쌓은 근력은 이제 더이상 보강이 필요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겨울, 이승엽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스피드다. 오창훈 관장도 "회전력과 스피드를 높이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작년엔 내 특기, 바깥쪽 빠지고 떨어지는 걸 잘 쳐내는 걸 못했다. 그걸 못살리고 약점은 그대로 남아있으니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금 하는 모든 운동은 그런 약함을 깨기 위한 노력이다.

올시즌, 모든 면에서 스피드업된 이승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엄지 인대 통증에 대한 부담을 털었기 때문에, 지난해와 달리 편안하게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이승엽이다. 이같은 고된 훈련을 하면서도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걸 볼 때, 야구란 정말 난해한 스포츠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이승엽이 했던 말이다. 올해 왠지 기대가 된다. 이승엽은 "작년 이맘때는 (엄지 통증 때문에) '잘 되겠지', '괜찮겠지'라는 마음 뿐이었다. 지금은 '해야지' 하는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 대구 = 김남형 기자 scblog.chosun.com/star22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