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장면은 없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힘든 경주라는 명성은 여전하다.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Dakar Rally)가 태양이 뜨거운 1월의 남반구를 달구고 있다.

지난 4일(한국시각) 177대의 자동차와 트럭 81대, 모터사이클 217대, 4륜 바이크 25대 등 총 500대의 차량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무대로 펼쳐지는 올해 다카르 랠리는 18일까지 총 9574㎞를 달린다. 기록을 측정하는 스페셜 스테이지는 14구간 합계 5652㎞이고 나머지는 이동 구간이다. 14구간의 기록을 합산해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

5일 산타로사를 출발해 푸에르토 마드린까지 837㎞를 이동하는 2구간 레이스가 펼쳐졌다. 카를로스 사인즈(스페인)―미첼 페린(프랑스)조는 폴크스바겐의 투아렉을 몰고 스페셜 스테이지 구간(237㎞)을 1시간56분14초에 주파, 자동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날 하루에만 자동차 2팀, 모터사이클 12대가 기권했다.

1979년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알제리·니제르 등을 거쳐 세네갈 다카르에 도착한 것이 다카르 랠리의 시작이었다. 사막·밀림·비포장도로 등을 내달리는 극한의 레이스로 사고도 많았다. 선수끼리 충돌, 운전 실수, 지뢰 폭발 등으로 지금까지 40명이 넘는 선수·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2008년 대회는 테러 위협 때문에 개막 하루 전날 전격 취소됐다. 대회를 앞두고 레이스 주요 경로인 북서아프리카 모리타니아 소속 군인들과 프랑스 여행객이 무장 괴한에게 살해됐기 때문. 당시 프랑스 정부는 알카에다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계속되는 테러 위협으로 올해 다카르 랠리는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를 떠나 남아메리카로 무대를 옮겼다. 한마디로 '다카르 없는 다카르 랠리'가 된 것이다. 레이스 총 지휘자인 에티엔 라빈은 "완전히 새로운 지역을 탐험할 것이다. 그러나 코스는 여전히 쉽지 않다. 선수들에겐 변함 없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카르 랠리엔 상금이 없다. 출전자들의 80% 정도는 아마추어인데 거액의 참가비를 내고 '죽을 고생'을 한다. 선수와 차량이 따로 출전비를 내는데 올해는 선수 1명당 1만유로(약 1800만원)가 필요하다. 자동차 1대엔 2800유로, 모터사이클엔 3500유로의 참가비가 청구된다. 물론 출전 차량과 대회 장소까지 이동하는 비용은 모두 선수 부담이다. 기업의 스폰서 없이는 출전이 쉽지 않은 상황. 이 때문에 대회 홈페이지엔 '효과적으로 스폰서 구하는 법'을 안내한다.

그러나 매년 목숨을 내건 '모험가'들과 자사 제품의 성능을 과시하려는 자동차·트럭·오토바이 업체들로 다카르 랠리가 북적거린다.

우승을 노리는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차량 메이커의 후원을 받는다. 일본 미쓰비시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파제로'는 2001년부터 7년 연속 자동차 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엄청난 광고 효과를 냈다. 모터사이클 부문은 오스트리아 메이커인 'KTM'이 2001년부터 줄곧 우승자를 배출했다.

구사일생 佛모험가 사빈이 대회 창시자
평균완주율 50%도 안되는 '죽음의 경주'

프랑스의 모험가 티에리 사빈은 1977년 리비아의 한 사막에서 길을 잃은 뒤 극적으로 구출됐다. 사막의 극한 상황에 매료된 사빈은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자동차 경주를 구상했고, 이것이 다카르 랠리의 시작이 됐다. 사빈은 182대의 차량이 출전한 첫 대회에서 "나는 모험의 문을 준비할 뿐이다. 그 너머엔 위험이 있고, 그 문을 여는 것은 당신들"이라고 인사말을 했다. 사빈은 1986년 대회 중 헬리콥터로 코스를 돌아보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990년대 초까지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세네갈 다카르로 골인하는 코스를 이용해 '파리-다카르 랠리'라는 이름이 널리 쓰였다. 코스의 험난함으로 이름이 높고 평균 완주율이 50% 미만이다.

완주만 해도 차량의 내구성과 기술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노리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