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1809~1882)보다 앞 세대를 살았던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1743~1805)는 '회중시계론'을 주장했다. 산책하다가 돌멩이가 발에 차였는데 그 옆에 회중시계가 있었다. 돌멩이와 달리 시계는 복잡한 부품을 조립해 놓은 것이다.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 의도적 설계에 따라 제작된 게 분명하다. 사람이나 동물은 회중시계보다 훨씬 정교하다. 누군가 제작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게 신이라는 것이다.

▶다윈은 비글호(號)로 세계일주 항해를 하다 1835년 남미 갈라파고스 군도에 도착했다. 갈라파고스의 섬들마다 핀치라는 새가 있었는데 생김새가 다 달랐다. 과연 창조주가 태평양의 바위섬들에 흩어놓기 위해 14종이나 되는 핀치들을 만드는 수고를 했을까? 다윈은 1840년대 초반 생물은 수많은 개체 가운데 환경에 적응한 것들만 살아남는 방법으로 다양한 형질을 발전시켜간다는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세웠다.

▶그러나 '종의 기원'이 발간된 것은 1859년이었다. 다윈이 15년 이상 질질 끈 것은 신앙심이 깊은 부인 때문이었다고 한다. 신의 존재를 부인하고 이 세상이 우연의 누적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이론을 내놓기가 난감했던 것이다. 사실 다윈 자신도 케임브리지에서 신학을 배운 목사였다.

▶창조론은 우연이 빚어낸 미세한 변화들이 겹쳐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진화론을 배격한다. 그러기엔 이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경이롭지 않느냐는 것이다. 영국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생명이 우연히 생겨날 확률은 수많은 부속품이 쌓인 고물상에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모든 부품을 하늘로 올려보냈는데 이 부품들이 떨어지면서 우연히 보잉 747 점보 여객기가 조립될 확률보다 작다"고 했다. 창조주 하느님이 있다는 것이다.

▶현 세대 가장 유명한 진화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2006년 출간돼 논쟁을 불러일으킨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신은 착각이고 날조됐고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신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초자연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있다는 의미로만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이 세상이 신의 '지적 설계'에 의해 창조됐다는 주장은 설계자 자신의 기원(起源)은 뭘로 설명할 것이냐는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은 2009년 진화론 논쟁은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