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12일 마감된 두산주류의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두산그룹은 이날 오후 3시 두산주류 입찰제안서 접수를 비공개 형식으로 마감했다.


(본지 12월 13일자 보도
)

롯데그룹이 두산 주류를 가져가는데 성공하면 주류시장의 거인(巨人)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 이렇게 보는 이유는 매물로 나와 있는 두산 주류나 오비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롯데가 이미 고가 술과 저가 술을 모두 팔아본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일까.

롯데칠성은 상대적으로 비싼 위스키시장에서는 스카치블루로 약 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한때 시대를 풍미한 '캡틴큐'로 롯데는 약 30년 동안 저가 양주시장에서도 충분한 사업 경험을 쌓았다. 누구도 무시 못할 업력(業歷)이다.

캡틴큐는 럼(rum)의 향을 넣은 양주로 불리지만 실제는 일반 증류주로, 양주 같은 분위기만 내는 술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캡틴큐는 롯데주조라는 회사가 1980년대 초에 내놨다. 롯데주조는 1986년 롯데칠성음료에 합병됐다. 지금만큼 위스키, 와인이 흔하지 않았던 80년대에 캡틴큐는 양주의 대명사였다. 중남미에서 처음 만들어져 선원(船員)들이 마시는 럼의 맛을 낸 술이다. 뱃사람 흉상에서 눈가리개가 떨어져 나가는 TV 광고도 유명했다.

본격적으로 수입 위스키가 들어오면서 캡틴큐는 양주의 대명사라는 자리는 내줬지만 스테디 셀러로는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다. 2001년 27만L가 나갔는데, 2006년엔 17만L까지 줄었다가 2007년엔 21만L로 다시 늘었다.

이 양은 다른 주요 위스키에 비해서는 적은 것이다. 예를 들어 수입 위스키인 시바스리갈 12년 산의 작년 국내 판매량이 59만L이며,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임페리얼 12년의 판매량이 590만L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캡틴큐의 판매량이 무시할 만한 것도 아니다. 안동소주, 레전드 같은 증류식 소주 전체의 2007년 판매량은 28만L에 불과했다.

일반인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이 캡틴큐를 일반 상점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 재료로도 쓰이고 외국 선원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도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롯데를 괴롭히는 것은 이 술이 가짜 양주의 원료로 쓰이는 사례가 마치 연례 행사처럼 종종 적발된다는 점이다. 가짜 양주를 팔았다가 적발된 사람들은 다른 위스키병에 캡틴큐를 넣거나 다른 술 등을 섞어 주로 만취한 손님에게 파는 수법을 많이 썼다. 캡틴큐의 알콜 도수는 35%로 위스키의 40%보다 낮지만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는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기가 가능하다. 2006년에는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되기까지 했다.

가짜 양주 업자들은 캡틴큐와 다른 위스키의 가격 차이를 악용하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널 500mL의 공장 출고가격은 2만1725원인데, 캡틴큐 700mL의 출고가격은 4290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