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과학고에 이어 자립형사립고와 자율학교가 뜨고 있다. 지방에 위치하고 있지만 전교생 기숙사제를 실시해 서울·경기권 학생들이 대거 진학한다. 이들은 왜 외고·과학고 대신 자사고·자율학교를 선택했을까? 2009학년도 입시 합격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산고 합격한 백성운

백성운 군.

백성운(15·서울 양진중3)군은 중2 겨울방학이 돼서야 특목고 진학을 결심했다. 우등생인 누나의 영향으로 내신관리는 잘 돼 있었지만, 과학고에 가기에는 준비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수학을 좋아하는 이과 성향이라 외고 진학도 내키지 않는 상황이었다. 백군은 "무엇보다 수학을 중시하는 학교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상산고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신성적을 올려야 했다. 중 1~2학년 성적은 전교 10등 안팎으로 합격을 보장할 수 없었다. 상산고는 중3 1학기 내신이 50% 반영돼 1학기 성적을 잘 받는다면 합격 가능성이 높았다. 백군은 어려워하던 예체능 과목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해 중3 1학기 전교 1등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전까지는 누나에 대한 경쟁심으로 공부했는데, 상산고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자 공부가 더욱 즐거워졌다"고 했다.

장래희망이 수학교수인 백군은 수학문제를 푸는 것을 '놀이'처럼 즐겁게 여긴다. 학교 수학여행을 갈 때도 비행기 안에서 안내책자에 빼곡히 수학문제를 풀어왔을 정도다. 문제는 주로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 자사고 입시 기출문제를 찾아 풀었다.

백군은 먼저 수학특기자 전형에 지원했다. 상산고는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특기자 전형 기회를 준다. 그러나 결과는 낙방. 중3 때 입시 준비를 시작하면서 언어영역 준비를 못한 탓에 일반전형에서는 매우 불리했다. 다행히 입시 직전에 치른 조선일보 외고·자사고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 성적이 잘 나와 부담을 덜고 자신 있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원하던 합격한 백군은 입학 전부터 고교 과제를 하느라 바쁘다. 상산고에서 영어저널 쓰기 등 합격생들에게 엄청난 과제를 내줬기 때문. 백군은 "전국에서 모인 우수한 친구들에게서 공부비결을 배우며 꿈을 향해 노력하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한일고 합격한 김영헌

김영헌 군.

김영헌(15·서울 구룡중3)군은 자율학교인 한일고에 합격했다. 한일고 진학을 결심한 것은 중3 초반. 당시 문과, 이과 중 어느 한쪽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 외고나 과학고보다는 자사고나 자율학교 진학을 먼저 고려했다. 그 중 산속에 완벽하게 고립돼 있고, 자기주도학습을 중시하는 한일고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특히 중2 때 한국화학올림피아드에서 은상을 수상한 경력과 iBT토플 성적 112점으로 한일고 입시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다.

한일고 역시 중3 1학기 내신을 50% 반영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서 시험을 치렀다. 중3 1학기에 내신반영 교과인 국영수과사 주요 5과목에서 상위 1%의 성적을 거뒀다.

김군은 특목고 대비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영어학원도 중3이 되면서 끊고 수학 단과반에만 다녔다. 문제집도 학교에서 사용하는 기본 문제집 외에는 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군의 공부바탕은 무엇일까? 바로 '책'이다. 초등학생 때는 틈만 나면 책을 읽었고, 중학교에 와서도 교과서와 관련 책을 읽는 것으로 공부를 대신했다. 시험기간 중에도 독서를 거르지 않았을 정도. 내신공부도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시험 2주 전부터 교과서와 노트필기, 프린트를 반복해 읽으면서 직접 새 노트에 요점정리를 해보는 식으로 공부했다. 김군은 "초등 때 역사책, 위인전, 과학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내용들이 중학교 교과 공부의 밑바탕이 돼 한결 쉽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여름방학에는 부모님과 함께 직접 한일고를 찾았다. 동기부여 겸 입학 상담을 하기 위해서다. 김군은 "한일고는 입학상담에서 합격 가능성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해 주므로 지원할 학생들은 미리 상담을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현대청운고 합격한 문수홍

문수홍 군.

문수홍(15·울산 대송중3)군은 중2 때부터 고교 진학을 고민했다. 먼저 과학고 진학을 고려해 봤지만 '의사'라는 장래희망과는 맞지 않는 학교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자사고를 찾던 중 집 가까이 위치한 현대청운고에 가기로 결심했다. "경쟁하면서 공부의 쾌감을 느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자사고 진학을 결심했다"고 했다.

지망학교를 결정한 뒤 본격적인 내신관리에 들어갔다. 중1 때 80점이었던 국어성적을 100점으로 끌어올리는 등 전 교과의 내신성적을 고루 높였다. 성당 밴드활동, 수영, 피아노 등 취미생활도 잠시 접었다. 다만 공부를 하다가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면서 풀곤 했다.

문군은 특히 수학을 좋아한다. 매일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문제 접근 방식을 배운다. 쉬운 문제집 단계별로 3권, 어려운 심화문제집 1권 가량을 문다. 그리고 정말 모르는 문제 외에는 절대 해답을 보지 않는다. 꼭 해답을 봐야 한다면 풀이 힌트만 얻을 수 있게 도입부만 살짝 보는 식으로 한다.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도 삼간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수학도 많은 문제를 접하면서 풀이법이 몸에 익을 때까지 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군은 특히 '공부는 즐기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련 분야를 파고 들며 공부에 매진했다. 덕분에 중학교 때 물리올림피아드를 6개월밖에 준비하지 못했는데도 장려상을 수상했다. 문군은 "재미있게 공부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며 "스스로 공부할 동기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