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正敎會)를 탄압했던 구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Stalin)이 최근 정교회 소속 일부 교회가 전시한 아이콘(icon·정교의 성화(聖畵)) 속에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1일 "러시아 서북부 레닌그라드주(州) 스트렐나 지역 교회의 예브스타피 자코프(Zhakov) 사제가 11월 말부터 스탈린을 사제로 묘사하거나 인민의 축복을 받는 아이콘을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주간 노브예 이즈베스티야도 이날 "종교를 박해했던 스탈린이 정교회 소속 모스크바 교회들의 아이콘에 등장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1922년 스탈린이 소련공산당 서기장에 오르면서 성직자들의 설교가 금지되고 교회 재산이 몰수되는 박해를 받았다.
스탈린을 아이콘에 등장시킨 자코프 사제는 "젊은 시절 사제수업을 받았던 스탈린은 정교회를 부흥시킨 러시아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비록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해 1899년 사제가 되기를 포기했지만 스탈린은 독실한 정교회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10살 때인 1888년부터 그루지야 고리(Gori)와 트빌리시(Tbilisi)의 신학교에 입학해 11년간 성직자 수업을 받았다. 또 2차 대전 전까지 1만개 이하였던 교회 수를 전쟁 후 2만5000여개로 늘린 이도 스탈린이다. 자코프 사제는 스탈린의 이런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러시아 공산당은 자코프의 아이콘 전시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측은 "스탈린을 신봉하는 일부 사제가 실수를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