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현행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예산 절감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에, 정치권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박수를 보낸다. 사실,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의 3단계 피라미드 구조인 현행 행정체제는, 교통 통신이 발달되지 못했던 구시대의 유물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 개념이 바뀐 요즘엔 중복 행정으로 인한 예산과 인력 낭비가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정치권의 합의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 앞으로 논의될 개편 작업들이 자칫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게리맨더링'화되거나, 또 다시 논의만 무성한 채 실질적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위해 국회 특위까지 구성한 바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 없이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구역 개편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도시의 이름이 바뀌고, 도시의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개편의 결과가 반드시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유념하고, 외형 개편에 치중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정체성을 살리고 새로운 행정구역 내에서 주민들끼리 느끼는 이질감 극복과 문화적 차이에 따른 상호 배타성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외의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지난 1995년 시·군 통합에 의한 '도농복합도시'와 1998년 '여천시·여천군·여수시'를 통합한 경험의 장·단점을 잘 분석한다면, 이번 행정체제 개편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정략적 거래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기본 철학이 담긴 행정체제 개편이 꼭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