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선진국을 따라가기 힘들지 모르지만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서열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에게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조언하는 헌법상 자문기구다.
이 대통령은 "IMF 때는 아시아만의 위기였기 때문에 우리만 정신 차리면 외국에 수출을 늘려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지금은 세계 전체가 실물경기 침체로 어려운 만큼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당장 소방수 역할만 하다 보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소한 월 1회 정기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날 회의에는 과거 정부 각료 출신 인사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총리는 "1929년 대공황 때와 달리 이번에는 전세계 정부가 달라붙은 만큼 위기의 터널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위기가 끝나면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실물 여파에 대해서는 범(汎)정부적 대책을 세우고, '바깥에서 좋아하는 한국'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대외경제 문제 관련 특사를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금은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위기 공감대가 없다"며 "투자를 위한 스피드 행정과 규제완화에 키워드를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환율 리스크를 분담토록 하자"고 했고,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는 "과감하게 외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인 김기환 서울파이낸스포럼 회장은 "위기 상황인 만큼 내일 당장 조찬 모임을 갖자"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석채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박우규 SK텔레콤 부사장과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 박태호 서울대 교수와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상민 한국경제신문 사장,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등 27명이 민간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