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태화강변을 지날 때면 강변 모래밭 이곳저곳을 뒤적이는 버릇이 생겼다. 하류의 모래톱에서부터 작은 지류와 합류하는 중류의 모래톱, 상류의 자갈밭까지…. 사라진 태화강 재첩을 찾아보려는 생각에서다. 최근 삼호섬 건너편의 작은 모래톱에서 재첩을 발견했다. 입을 꼭 다문 녀석은 생기 있게 반질거렸다. 꼬마 재첩들은 녹두알만해 귀여웠다. 여태 살아남아 종(種)을 보존해왔다니 참으로 대견한 일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재첩이 가장 유명한 곳은 낙동강 하구에 형성된 넓은 모래톱이었다. 인근에 공단이 많이 생기면서 그 명성을 섬진강으로 넘겨주게 됐다. 맑은 물에만 사는 재첩이고 보면 그 같은 변화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30~40년 전엔 태화강 재첩도 낙동강 재첩에 버금가는 명성을 떨쳤다. 1960년대 중반까지 태화강 하구에 있었던 조개섬과 대도섬에서 재첩이 많이 났는데, 매일 새벽이면 동이를 인 아낙네들이 재첩을 사기 위해 대보둑까지 줄을 섰다. 아낙네들이 만든 재첩국은 매일 아침 시내 골목을 누비며 팔렸다.

재첩은 백합목 재첩과의 민물조개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 많이 서식한다. 서부 경남이나 하동에서는 '갱조개'라고도 부르는데, '강(江) 조개'라는 뜻의 사투리다.

재첩은 껍데기가 크고, 성장선이 굵고 뚜렷하며, 규칙적이다. 약간 동그랗고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이며, 표면에는 광택이 난다. 모래나 진흙 속의 유기물이나 플랑크톤, 조류(藻類) 등을 걸러먹는다.

산란기는 6~8월로 산란 후 유생들이 물속을 떠다니다가 뻘이 섞인 모래 속에 들어가 자란다. 5~6월이 제철로 이 때에는 향이 뛰어나고 살이 올라 맛이 좋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재첩의 다양한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특히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황달을 치유한다. 또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소변을 맑게 하여 당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다. 더불어 몸의 열을 내리고 기를 북돋우는 효과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재첩이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 국산에 비해 크기는 크나 껍데기에 광택이 없고, 국물 맛이 국산에 비해 떨어진다.

태화강 재첩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어렵겠지만, 서식지라도 점차 회복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