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polifessor·정치참여 교수)’의 강단 복귀를 둘러싼 학내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김병국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학기 첫 수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래 딱 하나 잘못한 게 있다면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간 일”이라고 사과했다고 국민일보가 3일 보도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나는 수업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해당 신문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교수는 2일 오전 10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 위치한 정경관 202호 강의실에서 ‘비교정치 개설’ 과목강의에서 정치권에서 돌아온 뒤 갖는 첫 수업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1990년 3월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래 딱 하나 잘못한 게 있다면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간 일”이라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탈세와 투기 등의 의혹에 대해 그는 “대학생 시절 아버지가 내 명의로 땅을 샀고 이 사실을 알고 나서 팔려고 했으나 팔리지 않았다”며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가기 전 땅을 팔아 사회에 환원해 그 땅으로 인해 이익 본 건 하나도 없다. 오해 없길 바란다”고 해명한 뒤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당시 수업에서 “1990년 3월 교수로 부임한 이후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 최선을 다했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공직에 나가서도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단 2008년 봄학기 때 예정된 강의를 중단하게 된 것에 대해 수강신청한 학생들한테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조선닷컴에 알려왔다.

한편 개강과 함께 ‘폴리페서’들이 강단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학내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류우익·곽승준·김병국 교수 등이 속한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회측은 대자보를 붙이고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폴리페서 복직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부 전공수업 ‘지역도시경제론’을 맡았고, 류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도 8일부터 ‘도시사회지리학’이라는 대학원 강의를 시작한다. 김도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재료공학원리 I’, ‘재료종합실험’, ‘대학원논문연구’ 등 3과목을 담당하게 된다. 박미석 숙명여대 가정아동복지학과 교수,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재개한다.

곽승준·김병국 교수가 속한 고려대 정경대학 학생회가 정경대학 신문사와 함께 지난달 14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경대 학생 179명 중 63.6%(114명)는 “두 교수의 2학기 복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기 때문(71.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도덕성 문제(61.4%)’, ‘교수는 다른 자리를 좇아 나갔다가 금세 돌아올 수 있는 직책이 아니기 때문(41.2%)’이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정경대 학생회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두 교수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고 복직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개강 둘째 주에는 복직 반대 기자회견도 개최할 계획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이미 학교측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으며 대자보 등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류 교수가 속한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도 3일 ‘복직 반대’ 대자보를 교내에 게시하고, 8일 류 교수의 수업에 맞춰 강의실 입구에서 피케팅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조만간 박 교수 복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