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 《혀》는 쥐스킨트의 《향수》, 레아쥬의 《O의 이야기》에 비견되는 작품이다."(미국의 문학출판 전문 에이전트 바버라 지터)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다. 그는 각기 다른 시대에 발생한 사건들을 짜맞춰 꿈을 꾸는 것과 같은 효과를 멋지게 낸 작가다. 이 작가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뜬 독자서평)

소설가 김영하(40)와 조경란(39)의 작품들이 미국과 유럽의 유명 출판사로부터 잇달아 수만 달러의 고액 선인세를 받으면서 계약을 맺어 국제무대에서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출판 그룹인 블룸스베리는 최근 조경란의 장편소설 《혀》의 영·미 판권을 샀다. 블룸스베리는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영국판)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장편 《연을 쫓는 아이》를 낸 유명 출판사다. 혀는 《TONGUE》이라는 제목으로 내년 봄 미국에서 출간된다. 선인세도 파격적이다. 이 작품의 해외 출판을 중개한 임프리마 에이전시의 이구용 상무는 "다른 작가들과의 관계 때문에 구체적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미국 유명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한국판 선인세 수준인 수만 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혀》는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에도 팔렸다. 이 상무는 "장편 《혀》 한 권으로 이들 세 나라에서 벌어들인 선인세가 1억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선인세는 작가, 에이전시 등이 나눠 갖는다.

글로벌한 주제와 세련된 문체를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 소설가 김영하(왼쪽)씨와 조경란씨. 조선일보 DB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지난해 7월 미국 독서 시장에 선보인 소설가 김영하는 "작년부터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인세 수입이 국내 인세 수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라는 제목으로 미국 하코트 출판사에 출간된 이 책은 1년 만에 1만부 넘게 팔려 나갔다. 김씨는 "처음에는 투자 개념으로 《나는 나를…》을 펴낸 하코트가 첫 장편의 성공을 본 뒤, 《빛의 제국》도 내년에 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나는 나를…》이 소프트커버로 출간된 것과 달리 《빛의 제국》은 처음부터 고급스러운 하드커버로 내기로 할 만큼 대접도 달라졌다. 《빛의 제국》과 《나는 나를…》은 미국 외에 독일 프랑스 터키 등 8개국에서도 출간됐거나 될 예정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작가들에게 두 소설가의 활약은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한국 문학은 최근까지도 상업적 성공보다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 아래 대부분 국가기관이나 민간의 번역비 지원을 받아 작품을 소개해 왔다. 우리 문학 작품을 내는 해외 출판사들도 메이저가 아닌 현지의 중·소규모 출판사들이어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두 작가의 성공에는 글로벌한 주제의식 아래 전략적으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혀》의 영어권 판권을 블룸스베리에 중개한 미국의 바버라 지터 에이전시는 이 소설이 "사랑과 에로티시즘과 집착이라는 주제를 담은 공포소설적 분위기를 풍기면서 문학성도 갖춘 점이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조씨도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참가한 후로 외국 독자들을 고려하며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자살을 도와주는 안내인이 등장하는 김영하의 《나는 나를…》에 대해 독일의 쉬도이체 자이퉁지는 "쿨하면서도 도회적이고 대단히 지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작가의 국내외 판권을 출판사가 갖는 일반적인 관행을 깨고, 두 작가 모두 에이전시와 전속 계약을 맺고 해외 진출에 나선 것도 새로운 변화이다. 임프리마 에이전시의 이구용 상무는 "조경란의 경우, 내용 요약이 아니라 100쪽 정도를 발췌 번역해 영어권 에이전시들에 돌렸다"며 "작가들이 에이전시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국제적 관행이 국내에서도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