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당선 때 보다… 풀코스 완주가 더 '짜릿' |
4선을 지낸 정치인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66).
요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엔돌핀이 팍팍 돈다.
최근 세 번이나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는 불쾌한(?) 부탁을 받았다. 1942년생인 유 고문은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규정상으로 만
65세가 넘으면 지하철은 공짜다.
주민등록증을 본 지하철 공익근무요원은 "아휴, 선생님 50대 후반으로 봤습니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유 고문은 "처음엔 기분이 나빴는데 뒤돌아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젊게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앞으로도 신분증을 보자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엔돌핀이 마구 나온다"며 웃었다.
팽팽하고 윤기 흐르는 얼굴 피부에 찾아보기 어려운 허릿살. 유 고문을 젊게 만드는 것은 늦바람이 든 마라톤 사랑 때문이다.
올 목표 조선일보 마라톤 5시간내 돌파 |
◆"내가 이렇게 빠져들다니..."
유 고문이 마라톤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지난해 초였다. 3월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포럼에 참가했다가 5km 단축 마라톤을 뛰었다.
마라톤 출전이 처음은 아니었다. 6년전 2002년 전주 국제마라톤에서 5km에 도전했다가 죽다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때보다 나이를 더
먹었지만 오히려 뛸만했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온 유 고문은 대학 후배 박필전 전 런너스클럽 회장의 지도 아래 한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5km를 뛰다걷다 했지만 37분에
완주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10km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후로 전국의 마라톤대회를 찾아 다녔다. 매주 뛰다시피 했다. 고향 전남 보성, 고흥, 남해, 강원도 등지를 달렸다. 그후 유 고문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하프 코스에 도전, 2시간40분에 완주했다. 이후 하프코스만 10여 차례 완주하는 집중력과 끈기를 발휘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서울월드컵공원에서 벌어진 한 대회에서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했다. 5시간이 넘었지만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때의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유 고문은 "네 번 국회의원에 당선돼 봤는데 마라톤 풀코스 완주 때만큼 짜릿하지 않았다. 그 기쁨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유 고문은 지금까지 풀코스를 두 차례 완주했다. 올해 목표는 10월 열리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을 5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이다.
체중 10㎏줄고 다리통증도 사라져 |
◆마라톤이 가져온 신체의 변화
마라톤을 하고부터 유 고문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건강하고 젊어졌다. 몸이 가벼워졌다. 폭탄주를 10여잔 마실 때 몸무게는 84kg이었다. 그랬던 체중이 10kg이 줄어 74kg 주변에서
놀고 있다.
뛰고부터는 1993년 국회의원 시절 당했던 교통사고 후유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비만 오면 다쳤던 왼 다리가 아파 하루종일 누워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마라톤 입문 이후 눕는 버릇이 사라졌다. 차를 몰고 광주 등 지방 출장을 가도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골프채를 집어 던진 지
3년이 다 됐고, 즐겨 마시던 폭탄주 양도 팍 줄였다.
유 고문의 주변 사람들도 달라졌다. 아내도 집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뛰지는 못하지만 4~5km를 걷는데 재미를 붙였다.
유 고문을 옆에서 보좌하는 사무실 식구들도 마라토너로 변신중이다. 술을 끊고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65세 넘긴 유준상도 뛰는데…" |
◆마라톤 정치
유 고문은 마라톤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마라톤을 하면서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마라톤 처럼 마지막 순간에 웃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나이에 개의치 않고 준비를 하면 기회는 온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를 'Never
Give Up(포기는 없다)'으로 잡았다.
마라톤 전도사를 자임하는 유 고문의 최근 행보는 빨라졌다. 지난 4월 한국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에 위촉됐다. 6월 14일에는 여의도 일대를
달리는 제1회 장애인 복지 국민성공시대 좋은나라 하프마라톤 대회도 개최한다.
또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한국과 중국, 북한이 참가하는 의미있는 국제마라톤을 구상하고 있다. 남북 통일과 중국 황사퇴치를 염원하는 남북을
가로질러 뛰어 돌아오는 마라톤대회다.
유 고문은 "65세를 넘긴 유준상도 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달리면 자신감도 생기고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정치인을 비롯, 국민 모두가 달릴 것을 권유했다.
'마라톤 다이어트'로 정치적 위기 탈출 부시 - 클린턴 등 도 마라톤맨 |
▶獨 피셔: 112㎏→75㎏, 美 허커비:130㎏→80㎏ |
외국에서도 많은 정치인들이 마라톤에 뛰어들었다.
우선 마라톤을 통한 다이어트에 성공해 화제가 된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은 독일 외무부 장관을 지낸 요슈카 피셔다. 피셔는 스트레스성 폭식을 거듭한 끝에 48세이던 1996년에 112kg까지 몸무게가 늘었다.
위기감을 느끼고 마라톤을 시작한 피셔는 1년 9개월 만에 함부르크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했다. 마라톤을 하는 동안 몸무게는 75kg로 줄었다.
피셔는 2000년 한국을 찾았을 때 서울 남산 길을 달려 주목받기도 했다.
독일에 피셔가 있다면 미국에는 아칸소 주지사 출신의 유력 정치인 마이크 허커비가 있다.
130kg의 거구였던 허커비는 2003년에 대중 앞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
한 행사장에서 허커비가 앉아 있던 의자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충격을 받고 마라톤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허커비는 80kg으로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빌 프리스트 전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 등이 마라톤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비행기 안에서 러닝머신을 설치해 놓고 달릴 정도로 열성이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은 허커비와 함께 미국 어린이 비만퇴치 연합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 웹신문 보러가기] [☞ 스포츠조선 구독]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