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게 '에뮤'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로 키가 1.5m에 몸무게도 45㎏ 이상 나가는 이 새는 지구상의 조류 중 타조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에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식에 성공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10일 "에뮤 한 쌍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차례로 낳은 20개의 알 중 인공 부화로 3마리, 자연 부화로 1마리의 새끼가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창경원 시절부터 동물원 식구에 이름을 올려온 에뮤는 매년 꼬박꼬박 알을 낳았지만 모두 무정란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동안 동물원에는 암컷 한 마리만 남아 있었으나, 지난해 초 수컷을 새로 들여오면서 국내 첫 번식을 시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낳은 10개의 알에 부모 새들이 유난히 애착을 갖는 것을 보고 동물원 사람들은 '씨가 있다'고 직감적으로 판단해 인공부화장으로 옮겼다. 보통 무정란일 경우 1주일 안에 부모 새들이 '낌새'를 알아채고 내버리기 일쑤인데 이번에는 행동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에뮤 부부가 10개의 알을 추가로 낳자 동물원측은 사상 초유의 '자연부화' 가능성에 도전하기로 하고, 직접 둥지를 꾸며주는 등 자연스럽게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지난 3월 1일부터 이틀 동안 인공부화장에서 건강한 새기 3마리가 태어난 데 이어, 25일에는 부모가 돌본 알들 틈에서 1마리가 자연부화로 세상 빛을 봤다.
새끼 에뮤들은 다진 배추와 삶은 달걀 노른자 등을 물에 섞은 특별 영양식을 사육사로부터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수컷 에뮤는 여전히 나머지 알들을 정성스레 돌보고 있지만, 정상적인 부화시기를 놓쳐 아쉽게도 '동생'들이 태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차준호 서울대공원 조류팀장은 "어미 에뮤들이 부모로서의 본능을 되살린데다 사람들의 정성이 더해져 낯선 이국 땅에서 번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