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딛다'처럼 '서두르다, 서투르다'의 준말 '서둘다, 서툴다'도 다음과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수 없다.
그가 서둘어(×) 길을 떠났다. / 우리는 일을 서둘었다(×).
아직 손이 서툴어(×) 어색하다 / 초보자라 솜씨가 서툴었다(×).
이들은 본말을 활용해 '서둘러(←서두르어), 서둘렀다(←서두르었다), 서툴러(←서투르어), 서툴렀다(←서투르었다)'로 써야 한다.
이제 다음 예에서 어느 것이 잘못되었는지 찾아 보자.
너무 (ㄱ)서둘으니 (ㄴ)서두니 (ㄷ)서두르니 오히려 진척이 없다.
아직 업무에 (ㄱ)서툴으니 (ㄴ)서투니 (ㄷ)서투르니 좀 더 지켜보자.
정답은 모두 (ㄱ)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으니'와 '-니'의 두 종류 어미가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으니'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이고, '-니'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다. 편의상 각각 모음 어미, 자음 어미라고 하자.
(ㄱ)의 경우 준말 '서둘다, 서툴다'가 모음 어미 '-으니'와 결합하였으므로 잘못이다. (ㄴ)의 경우 준말 '서둘다, 서툴다'가 자음 어미 '-니'와 결합하였으므로 문제가 없다. 다만 '살다'가 '사니'가 되는 것처럼 '서둘다, 서툴다'의 어간 끝소리 'ㄹ'이 어미 '-니' 앞에서 탈락하여 '서두니, 서투니'가 된 것이다. (ㄷ)은 본말 '서두르다, 서투르다'가 자음 어미 '-니'와 결합하였으므로 역시 문제가 없다('-으니'는 '서두르다, 서투르다'처럼 모음으로 끝난 어간과는 결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설명은 '-으니까, -니까', '-으면, -면' 등 유사한 어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지면 관계상 '서두르다-서둘다'만 본다).
모음 어미: -아/어, -었-, -으니, -으니까, -으면
〈서두르다〉 서둘러, 서둘렀다, ('-으니, -으니까, -으면'은 결합하지 않음) (○)
〈서둘다〉 서둘어, 서둘었다, 서둘으니, 서둘으니까, 서둘으면 (×)
자음 어미: -다, -고, -니, -니까, -면
〈서두르다〉 서두르다, 서두르고, 서두르니, 서두르니까, 서두르면 (○)
〈서둘다〉 서둘다, 서둘고, 서두니, 서두니까, 서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