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뚱뚱해지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웰빙 애완견'이 늘면서 '비만 개'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학계에 따르면, 애완견의 20~30%가 정상 체중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탓에 요즘 비만과 관련된 질병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견공들이 부쩍 늘었다. 담석증·고혈압 당뇨 등 '인간 성인병'을 개들도 앓는다. 불어난 체중을 못 이겨 관절염에 걸린 개들도 있다.
고급 동물병원에 가면 '비만견'을 위한 러닝머신도 있다. 그들(?)은 살을 빼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와 운동을 한다. 뚱뚱한 몸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경고 때문이다. 질병에 걸린 '환견'(患犬)에게 MRI와 초음파 등 고가 의료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예사다. '개주인'이 의료비를 감당하려면 애완동물을 위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동물 의료시장이 커지자 제약회사들은 앞다퉈 '사람 약'을 활용해 동물용으로 내놓고 있다. 외로운 현대인에게 애완동물은 가족이나 친구 같은 존재이다 보니 '동물 약'도 가지가지다. 개들을 위한 다이어트 약은 이미 나왔다. 치석 제거제도 있고, 면역 강화제, 관절 영양제도 있다. 애완동물을 여행에 데리고 갈 때 필요한 '멀미 약', 집에 두고 갈 때 주는 '분리 장애 방지' 정신과 약도 개발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약은 임상시험 전에 동물실험을 해야 하는데 동물 약은 이 과정이 없으니 개발에서 출시까지 기간이 짧다. 거꾸로 이미 약효와 안전성이 사람을 통해 증명됐으니 동물에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면도 있다. 동물 입장에서 보면 "이거 사람이 먹어봐서 안전했다니 우리가 먹어도 괜찮겠지"인 셈이다.
애완동물이 뚱뚱해지고 질병이 사람을 닮아 간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잘못이다. 통상 엄마·아빠가 뚱뚱하면 그 집 아이가 비만인데, 이제는 그 집 개가 비만해진다. 개 주인이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하면, 개들도 덩달아 실컷 먹고 움직이지 않는 결과다.
다윈의 진화론과 질병의 유전자론을 엮으면, 종국에 비만은 인류에서 사라진다. 논리는 이렇다. 비만을 조장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커서 뚱뚱해질 성향이 있다. 이들이 풍요로운 세상을 만나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 지금이 그렇다. 하지만 비만은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불임의 가능성도 높인다. 그렇게 되면 '비만인'의 번식력은 줄어든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비만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수가 자연스레 줄어든다. 그런 현상이 1만년, 10만년 계속 된다면 비만은 사라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건 너무 먼 얘기다. 지금의 인수(人獸) 공통 장수 시대를 건강히 살려면 개와 인간이 사이 좋게 비만 퇴치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메디컬 CSI의 인수(人獸) 동거 전략
① 체중에 맞는 칼로리의 음식 또는 사료 섭취. 규칙적인 운동과 일광욕. 정기검진. '견인공로'(犬人共勞)할 것.
② 뱀, 이구아나, 카멜레온, 도마뱀, 고슴도치, 벌레, 전갈, 타란튤라(왕거미), 족제비를 개량한 페릿 등 이색 애완동물…. 특이한 것도 좋지만 독이나, 기생충 전염 각별히 주의할 것.
③ 애완동물은 이제 평생을 같이 하는 반려(伴侶)동물. 맨 처음 선택할 때 건강상태를 꼼꼼히 확인할 것.